CMO Insight 「캠페인 탐구」
소비자 이해, 제조혁신으로 돌풍 일으켜
비스포크는 삼성전자가 2019년 출시한 가전 라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출하량 100만대를 넘어서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전체 가전 매출 중 비스포크 비중을 8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비스포크 캠페인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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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진 배경
가전업계는 대표적인 성숙기 시장이다. 주요 국가에서 4대 가전(TV,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보급률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진단이 나온다. 가전기업들이 차별화 전략을 고민하게 된 이유다. 가격과 품질 경쟁력에 뭔가를 더 얹어야 이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하기로 했다. 마치 비스포크(주문제작) 구두 장인처럼 소비자 개개인에게 딱 맞는 제품을 만들기로 했다. 가전회사가 기획해 내놓는 상품을 소비자가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기업이 만들어준다는 콘셉트였다.

□ 문제① & 해결①
시기가 문제였다. 시장이 준비되지 않은 시점에 제품을 내놓았다가는 비용만 떠안을 수 있었다. 삼성전자는 소비자를 세밀하게 관찰하면서 때를 기다렸다. 전 세계 7개 디자인 연구소, 트렌드 랩, 각 사업부 상품기획팀 등을 통해 소비자 데이터를 시시각각 분석했다. 지역과 연령대, 국적뿐 아니라 날씨, 기분, 가족관계 등에 따른 소비자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분석했다.

위훈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무는 “제품 콘셉트를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기다리던 중 2017~2018년께 적절한 시기가 왔다”며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제품을 가지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소비를 통해 개성을 표현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가 구매력을 갖춘 게 이 시기였다.

□ 문제② & 해결②
‘집방(집꾸미기 방송)’이 유행하는 등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가전 디자인을 고려하기 시작했다는 데 주목했다. 디자인을 차별화의 시작점으로 삼은 것.

소비자의 취향대로 냉장고 패널을 달리하는 비스포크 냉장고를 2019년 5월 선보였다. 소비자가 자기 집 인테리어에 맞게 다양한 색상을 주문할 수 있게 했다. ‘비스포크 왜 샀냐고? 완전 예쁘니까’라는 광고 카피로 디자인을 강조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맞춤형으로 제품을 제조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 삼성전자는 반제품을 준비해놓고 소비자 주문에 따라 각각 본체와 패널을 다른 곳에서 동시에 제작하도록 설비와 시스템을 바꿨다.

그렇게 하면 물류창고에서 완제품을 10분 만에 조립해 배송할 수 있다. 처음부터 맞춤형으로 제조하는 것보다 빠르고 효율적이다. 비스포크는 맞춤형 주문방식인데도 타 가전보다 많이 비싸지 않으면서 최대 2주 안에 배송받을 수 있다.

위 상무는 “이같은 제조방식이 가능한 가전회사는 세계에서 삼성전자가 유일하다”며 “디자인 뿐 아니라 무엇이든 맞춤형으로 제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성공 포인트
① 소비자를 정확히 이해하고, 앞서나가지 않았다.
비스포크는 기술적으로 이미 2010년대 초부터 가능한 방식이었지만 삼성전자는 소비자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렸다. 이를 위해 시시각각 소비자 행동을 관찰했다. 가전 제품 구매 시 집 인테리어와 얼마나 조화로울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때에 맞춰 비스포크를 선보였다.

② 메인 타깃을 신혼부부로 잡았다.
신혼부부는 가전업계의 전통적 ‘큰 손’이다. 특히 이들은 비스포크 콘셉트를 이해하는 밀레니얼 세대다. 신혼부부가 한 번 혼수로 가전을 마련하면 평생 충성고객이 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지난해 삼성 디지털프라자에서 삼성전자 멤버십을 통해 혼수를 구매한 소비자 숫자는 전년 대비 세 배 이상 뛰었다.

③ 소비자가 지불할 만한 가격대에 맞춰 제조혁신을 이뤄냈다.
메인 타깃을 정한 뒤 그들이 구매할 만한 가격대를 먼저 정했다. 그 가격대에 맞추기 위해 수십년간 유지했던 가전 제조과정을 모두 바꿨다. 위 상무는 “앞으로 출시할 비스포크 냉장고는 디자인 뿐 아니라 기능과 구성도 맞춤형으로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냉장고 외 다른 가전에서도 선택의 폭을 넓힐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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