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글로벌 법인세 개편과 관련한 미국의 제안에 비상이 걸렸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대기업을 중심으로 세금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9일 “글로벌 법인세와 관련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통해 미국 뜻을 전달받았다”며 “해당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 한국 정부 차원의 공식 입장을 내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다국적 기업이 매출 발생국에도 법인세를 내게 하자는 제안이 관철되면 한국의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해외 진출 대기업은 세금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한국에 무는 법인세와 별도로 외국 정부에 매출의 일정 부분을 세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기재부 담당자는 “(미국의 제안이) 어떤 업종까지 대상으로 할지 정해지지 않았다”며 “정보기술(IT) 플랫폼 기업에 한정하는 등 해당 업종을 최소화해 기업들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게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또 다른 요구인 글로벌 법인세 최저 세율 도입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미국이 제시한 최저 세율 21%는 영국의 법인세 실효세율(10.5%)의 두 배에 이르는 등 세계 각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해외 영업 비중이 큰 한국 기업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미국의 압박이 심해질수록 한국 기업을 어떻게 보호할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불확실성 너무 크다" 당혹
한국 정부는 글로벌 법인세 개혁과 관련, 미국 주도의 논의가 최근 급물살을 타는 데 당혹감을 나타내고 있다. 법인세 관련 협의가 201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시작됐을 때만 해도 법인세가 아닌 디지털세 부과가 주요 쟁점이었기 때문이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자국 정보기술(IT) 플랫폼 기업들의 피해를 우려한 미국이 관련 업종 확대를 요구하면서 한국 수출 대기업에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논의의 틀이 바뀌면서 법인세 부과 방식부터 대상 업종까지 새로 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금으로서는 어떤 기업이 어느 정도의 타격을 받을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해당 국가에서 발생한 매출의 일정 부분을 법인세로 내는 방안과 관련해선 어떤 업종에 어느 정도 매출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IT 플랫폼에 더해 소비자용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정도가 현재까지 나온 예상 시나리오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한국 주요 기업이 대상이 된다.

부과 방식에 대해서도 여러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해당 국가 시장에서 발생한 매출의 2~3%를 세금으로 내는 방식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기재부 관계자는 “다국적 기업이 특정 국가에서 얻은 통상 이익은 인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이익에 대해서만 법인세를 부과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초과 이익을 어떻게 계산할지에 대해서도 국가별로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다”고 전했다.

이처럼 복잡한 쟁점이 많다 보니 관련 논의가 좌초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 나라만 이탈해도 논의는 무력화될 수 있다”며 “상징적인 협의는 가능할 수 있지만 실질적인 부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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