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사태' CEO 제재, 소비자 구제노력 여부가 관건

손 회장, 제재수위 낮아졌지만
"부당권유 없었다"…금융위서 해명
가처분 신청 등 법적대응 예고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결정
신한은행도 수용 가능성 높아
손태승 이어…진옥동도 징계수위 낮아지나

금융감독원이 ‘라임 사태’와 관련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제재 수위를 한 단계 낮추면서 동일한 사안으로 징계가 추진 중인 진옥동 신한은행장도 비슷하게 감경받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진 행장은 손 회장과 달리 ‘중징계’를 피하게 돼 향후 연임 등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금융권에선 신한은행이 진 행장의 징계 수위를 낮추기 위해 우리은행처럼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을 수용해 피해자 배상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 구제 노력 인정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는 9일 새벽 손 회장에 대해 기존 ‘직무정지(상당)’보다 한 단계 낮은 ‘문책경고(상당)’를 의결했다. 제재심에서 손 회장의 징계 수위가 내려간 건 라임 펀드 피해자를 구제하려는 우리은행 측 노력을 인정받은 덕분이다.

우리은행은 손실률이 큰 라임 무역금융펀드 투자금을 전액 반환하라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안을 관련 금융회사 가운데 가장 먼저 수용했다. 또 손실이 확정되지 않은 펀드에 대한 분쟁조정안도 그대로 받아들였다.

금융사 임원 징계는 향후 증권선물위원회 심의와 금융위원회 의결을 통해 확정된다. 금감원 제재심 결과가 뒤집히는 사례는 드물지만 불가능하진 않다. 제재 수위가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중징계에 해당하기 때문에 우리금융도 필사적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부실 가능성을 알고도 펀드 판매를 지속했다는 ‘부당권유’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금융위에도 적극적으로 소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재안이 원안대로 확정되더라도 손 회장의 직무 수행엔 당장 문제가 없다. 그러나 3~5년간 금융사 재취업이 막혀 연임이 어려워진다. 만약 금융위에서도 결론이 바뀌지 않으면 손 회장이 행정소송과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신한銀, 분조위 결정 수용 ‘주목’
당초 우리금융과 함께 심리를 받던 신한은행, 신한금융지주는 결론이 오는 22일로 미뤄졌다.

앞서 금감원은 진옥동 행장에게는 중징계인 문책 경고를, 조용병 회장에게는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를 통보했다. 자본시장법상 불완전 판매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진 행장의 중징계가 확정된다면 추가 연임과 지주의 차기 회장직 도전이 좌절된다. 신한지주도 이대로 제재안(기관경고)이 확정되면 향후 1년간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하는 인허가 사업에서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하다.

신한금융이 징계 수위를 낮추기 위해 우리금융의 전략을 그대로 차용할 것이란 전망이 그래서 나온다. 금감원은 오는 19일 분조위를 열고 신한은행이 판매한 라임 크레딧인슈어드(CI) 펀드 관련 분쟁조정 권고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CI 펀드에 대해선 지난해 6월 가입 금액의 50%를 선지급했다. 분조위에서 배상 비율을 이보다 높일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신한은행은 제재심이 열리는 22일 이전 임시 이사회를 열고 분조위의 권고안을 수용함으로써 제재심을 설득할 만한 유력 카드를 쥘 수 있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선 사실상 징계를 앞세워 피해자 구제를 강요하는 모양새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피해자 구제 노력이 징계 감경 사유가 되면서 펀드 판매 책임을 금융사 CEO에게까지 물어야 하느냐는 근본적인 문제가 간과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훈/정소람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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