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VC) 및 스타트업 정보업체인 The VC와 함께 지난 주 VC 투자 현황을 요약 정리해드립니다.

◆현대판 바벨탑, 아이유노에 대한 소프트뱅크의 믿음
넷플릭스 등에 동영상 번역 및 자막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이유노(IYUNO)'미디어그룹(대표 이현무)이일본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2에서 1억6000만달러(약 1800억원)을 투자받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소프트뱅크는 전부터 아이유노를 눈여겨 봤습니다. 2018년에는 소프트뱅크벤처스를 통해 아이유노에 240억원을 투자하더니 이번엔 비전펀드에서 1800억원을 대는군요. 확신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아이유노가 하는 일은 얼핏 생각하면 굉장히 단순한 '노가다'로 보이기도 합니다. 자막을 달고, 번역을 하고.. 그런데 그런 수요가 글로벌하게 존재하고 남들과 다른 퀄리티로 그것을 해낸다면, 그런 회사가 성장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는 것을 아이유노를 통해서 볼 수 있습니다. 브라질에서 쓰는 포르투갈어와 포르투갈에서 쓰는 포르투갈어를 구분하여 '진짜 현지'의 발음과 단어로 바꿔준다더군요. 영화든 어떤 콘텐츠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야 하는 상황에서 현대의 바벨탑(모든 인류가 하나의 언어를 썼을 때 만들어졌다는 성경 속의 탑)과 비슷한 역할을 이를테면 아이유노 같은 곳에서 하는 것 아닐까요? 한국어로 일하기 때문에 이런 저런 장벽, 특히 시장규모의 한계를 자주 느끼곤 했던 저에게도 상당히 인상적인 회사입니다.

◆하우스텝, 스톤브릿지 등서 110억 유치
인테리어 스타트업 '하우스텝'이 110억원 규모시리즈B 투자를 스톤브릿지벤처스와 LB인베스트먼트, SV인베스트먼트로부터 받았습니다. 하우스텝은 '두번째도배' 등 도배, 장판, 마루 각 영역의 시공을 맡기기 좋은 인테리어 플랫폼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요.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그리고 어쩌면 부동산 가격 상승 때문에?)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크게 증가하며 관련 업체들도 투자자들의 관심 대상이 되는 분위기입니다.

◆한화생명, 끌림벤처스에 100억원 투자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이 전문인 '끌림벤처스'가 한화생명에서 10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는 게 이 회사의 모토입니다. MRI 촬영 시간을 단축시켜서 환자의 고충을 덜어주는 에어스메디컬이나 AI를 활용해서 채혈의 정확도를 높여주는 아티큐 등이 이 회사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투자를 하는 회사가 또 투자를 받았다고 하니 조금 헷갈릴 수도 있겠습니다. 한화생명은 보험계약자들에게 받은 돈을 투자하는 것이지요. 돈이 흘러가는 이 투자의 아웃소싱 사슬 속에서 '사회적 가치'가 어느 정도의 의미로 자리잡을지 궁금합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