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KF-21은 최초의 국산 전투기라는 상징적 차원을 넘어 국내 일자리 창출과 산업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9일 방위사업청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따르면 KF-21 시제 1호기의 국산화율은 65%다. 능동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통합 전자전 체계 등 주요 장비가 국산화됐다. 통상 전투기의 핵심 장비는 AESA 레이더, 적외선 탐색·추적장비(IRST), 전자광학 표적획득·추적장비(EO TGP), 전자파 방해장비(RF 재머) 등이다. 미국이 2015년 4월 KF-21 개발에 필수적인 이들 4개 핵심 장비의 기술 이전 불가 방침을 통보하면서 KF-21 개발사업은 어려움을 겪었다.

방사청은 결국 국내 방산업체와 협력해 핵심 부품을 독자 개발하기로 했다. 3만 개가 넘는 세부 부품이 들어가는 KF-21엔 대기업부터 중견기업, 중소기업까지 700개 이상의 국내 업체가 참여했다. 우선 공중과 지상, 해상에 있는 다수 표적을 동시에 탐지하고 추적하는 AESA 레이더는 국방과학연구소와 한화시스템이 개발했다.

IRST도 한화시스템이 개발했다. 공대공 표적에서 나오는 적외선 신호를 탐지·추적하는 장비다. 공중과 지상에 있는 표적을 탐지·추적하는 데 쓰이는 EO TGP도 한화시스템의 작품이다. RF 재머가 포함된 통합전자전 장비는 LIG넥스원이 개발했다. 위협 레이더 신호를 탐지·교란하고 플레어탄을 쏘는 장비다. AESA 레이더의 국산화율은 89%, 통합전자전 장비 국산화율은 77%에 달한다. KF-21의 심장으로 불리는 엔진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으로부터 관련 기술을 이전받아 국산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경제적 파급 효과도 막대하다. 무기체계연구원이 2017년 수행한 ‘KF-X 경제적 파급 효과 분석 연구용역’에 따르면 사업이 지속되는 2028년까지 생산 유발 효과는 24조4000억원에 달한다.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5조9000억원, 기술적 파급 효과는 49조5000억원, 취업 유발 효과는 11만 명으로 예상된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고용 창출 규모도 1만1854명에 달했다.

KF-21 개발을 계기로 민수를 넘어 군수 항공정비(MRO) 시장도 대폭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KF-21이 전력화되는 2026년 이후 수출이 본격화되면 KAI가 주도하는 MRO 시장도 동시에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방사청과 KAI는 개발이 끝나고 양산에 착수하면 공군 납품 물량을 제외하고도 인도네시아 등을 비롯해 300~500대 정도의 수출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