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그랜저 2.5 가솔린(프리미엄) 모델 가격은 3294만원이다. 벤츠 E350 4매틱(AMG 라인)은 8880만원, 테슬라 전기차 모델S(롱레인지)는 1억414만원이다. 그랜저보다 약 2~3배 비싸다.

자동차세는 거꾸로다. 그랜저의 자동차세는 1년에 약 50만원(차령 1~2년 기준, 지방교육세 30% 별도)이다. 반면 벤츠는 약 40만원, 테슬라는 10만원으로 그랜저보다 훨씬 싸다. 이는 배기량을 기준으로 자동차세를 매기는 현행 지방세법에 따른 것이다.
"그랜저는 세금 50만원…1억짜리 테슬라는 왜 10만원 내나"

○“있는 사람에게 덜 걷나”

낮은 배기량으로도 높은 출력을 내는 고가 수입·전기차가 늘면서 조세 부담의 역진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배기량을 기준으로 한 자동차세 과세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지방세법은 비영업용 승용차에 대해 배기량을 기준으로 1000㏄ 이하는 ㏄당 80원, 1600㏄ 이하는 ㏄당 140원, 1600㏄ 초과부터는 ㏄당 200원을 매기고 있다.

이에 따라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은데 배기량이 큰 그랜저(2497㏄)에 벤츠(1991㏄)보다 많은 세금이 매겨진다. 전기차는 아예 배기량이라는 개념이 없다. 지방세법은 전기차에 ‘㏄당 얼마’가 아니라 정액 10만원만 물리고 있다. 가장 비싼 테슬라의 자동차세가 가장 적은 이유다.

○“배기량 대신 차값에 과세하자”

국회가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은 지난달 지방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승용차의 자동차세 과세 기준을 현행 배기량 기준에서 자동차가액 기준으로 변경하는 게 핵심이다. 차값에 세금을 매기자는 것이다. 한국지방세연구원도 지난달 보고서에서 신규 차량부터 차량 가격에 초과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해외에선 이미 차량 가격에 세금을 매기는 곳이 많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차량 가치를 등록세 과세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다. 아이오와주는 차값의 일정 비율로 과세하며, 미시간주는 제조업체의 권장소매가격에 기초해 세금을 매긴다.

지방세법 소관부처인 행정안전부는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세제를 바꾸기에는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신규 차량은 출고가에 세금을 매기면 되지만 중고차는 매년 가격이 떨어지는 만큼 세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전기차 소유주의 세 부담이 지금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의 친환경차 확대 정책과 엇박자를 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도 상충한다. 한·미 FTA 제2.12조 제3항은 ‘한국은 차종 간 세율 차이를 확대하기 위해 배기량에 기초한 새로운 조세를 채택하거나 기존의 조세를 수정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배기량 기준인 세제를 바꾸려면 협상을 통해 관련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김일규/하수정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