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리언의 법칙」역자, 송소정
출처: Photobank gallery/Shutterstock.com
출처: Photobank gallery/Shutterstock.com
광고는 15초, 영화는 두 시간, 게임은 접속해 있는 동안, 책은 한 권에 할당된 페이지가 모두 넘어가는 순간…. 소프트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는 정해진 시간 내에 소비자의 눈과 귀,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숙명이 있다.

다양한 취향과 배경을 가진 소비자를 최대한 끌어올 수 있는 방법은 콘텐츠 내에 보다 많은 가능성의 고리를 걸어두는 일일 것이다. 이런 구절로 유혹도 해보고, 저런 내용도 넣어보고, 이런 요소는 다들 좋아하는 것이니까 기본적으로 장착시키고, 저런 요소는 혹시라도 마니아층이 있을지 모르니 빠뜨리기에는 좀 아깝고….

이런 식으로 마치 쌍끌이 어선처럼 최대한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어보려고 하면, 이상하게도 그 누구의 시선도 사로잡을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 여러 군데를 긁어보지만 실상 어느 곳 하나도 제대로 긁을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일류인 사람은 어려운 것을 쉽게 전한다. 이류인 사람은 어려운 것을 어렵게 전한다. 삼류인 사람은 쉬운 것을 어렵게 전한다.”

선마크 출판의 대표이사 우에키 노부타카가 강연 등에서 즐겨 쓰는 말이라고 한다. 책 한 권에도 일정한 두께가 있다. 그런데 그는 단 한 문장이 마음을 움직여 밑줄을 그을 수 있는 책이라면 좋은 책이라고 말한다.

이때 단 한 문장은 책 속에 있는 무수한 문장 가운데 이곳저곳에 전략적으로 배치해둔 ‘장치’는 아니다. 오히려 저자가 전하고 싶은 말을 철저하게 갈고 닦고, 메시지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화합물이다. 콘텐츠의 에너지는 불안과 욕심이 아니라 몰입과 확신을 통해 채워진다.

이렇게 응축된 콘텐츠 고유의 에너지는 입소문의 과정을 거쳐 확산되어 간다. 이때 밀리언셀러가 될 조짐을 미리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유력한 바로미터는 바로 여성의 반응이다. 세상사에 대한 감도가 남다르고, 좋은 것과 좋지 않은 것을 직관적으로 알아보는 센서가 있다.

그 다음으로는 환자다. 몸이 아픈 사람에게도 통하는 콘텐츠, 문병을 가서 추천해줄 수 있을 만한 콘텐츠인지 여부가 성공을 좌우한다.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스캔들을 다루어서 성공하기보다는 지친 사람의 마음에 힘이 되고 사회의 선순환을 이끌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유통시켜야 한다는 우에키 노부타카의 철학이다.

소비자는 언제나 새로운 것을 원한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불역유행(不易流行, 바꾸지 않으면서 변한다는 뜻으로, 변함없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시대와 상황에 알맞게 혁신함을 이르는 말)으로, 제조업에 불가결한 개념이다. 본질적인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분명하게 해서 소비자의 눈과 귀를 여는 한편으로, 시대의 경향과 분위기에 맞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이것이 쉽고도 어려운 밀리언의 법칙이다.

불역유행(不易流行), 한 줄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