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폴 하나금융그룹 스포츠마케팅팀장 / 사진=하나금융그룹
박 폴 하나금융그룹 스포츠마케팅팀장 / 사진=하나금융그룹
“(저를 찾는 사람이 하도 많아서) 도망 다니고 있습니다.”

박 폴 하나금융그룹 스포츠마케팅팀장은 자신의 너스레를 ‘즐거운 비명’으로 이해해달라고 했다.

세계랭킹 103위의 태국 신예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는 ‘일’을 내자 하나금융그룹 스포츠마케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패티 타와타나낏은 지난 5일 ANA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을 차지했다.신인 선수가 LPGA투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건 역대 14번째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타와타나낏과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타와타나낏은 ‘Hana Bank’와 ‘하나은행’ 로고가 붙은 모자와 운동복을 착용했다.

박 팀장은 보스턴칼리지를 졸업한 미국 시민권자다. 미국에서 무역 업무를 하다가 코오롱그룹에서 마케터로 데뷔했다. 15년 전 하나금융그룹에 조인했다. 업무의 90%가 골프와 관련돼 있다.

Q: 이번 성공, 어느 정도인가

A: 마케터로서 정말 강한 임팩트를 느낀다. 국내 선수가 우승해도 큰 성과인데 해외 선수가 한국 기업 후원을 받아서 일을 냈으니 모두가 한 마디를 더 하게 됐다.

Q: 일을 낼 줄 예상했나

A: 올해 초반에 우승권에서 왔다갔다했다. 조짐이 보였다. 그래서 곧 사건을 칠 거란 생각은 했다. 하지만 이렇게 엄청난 한방을 때릴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Q: 어떻게 발굴했나

A: 우리 회사는 돈을 왕창 써서 후원하는 문화가 아니다. 유망주를 조기 발굴하자가 원칙이다. 가성비 높은 마케팅을 하자는 것이다. 회사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아시아쪽에서 자산운용사 같은 비은행 사업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그런 전략에 발맞춰 아시아 마케팅을 강화하고 특히 스포츠마케팅을 활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지난해 싱가포르 여자 오픈을 추진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올해 12월로 연기되긴 했다. 대회를 치르려면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국내 선수만으론 안 된다. 아시아권 유망주 발굴에 더 집중하게 됐다. 그 즈음 타와타나낏이 프로턴한다고 해서 잡았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ANA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한 패티 타와타나낏 / 사진=하나금융그룹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ANA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한 패티 타와타나낏 / 사진=하나금융그룹

Q: 타와타나낏과 계약에 어려움은 없었나

A: 다른 기업들과의 경쟁은 거의 없었다. 선수(타와타나낏)가 한국을 좋아한다. 한국 음식, 한국 드라마 같은 한류 팬이다. 그래서 한국 기업의 후원을 반겼다. 추석 다음주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하기로 돼 있다.

Q: 이번 우승의 마케팅 성과는

A: 하나금융그룹이 태국에 아직 진출하진 않았다. 이번 우승으로 태국 국민들은 이제 모두 하나금융그룹을 알게 됐다. 태국 시장 진출에 더 없이 유리한 상황을 만들었다.

Q: 다른 유망주는

A: 올해 국내 신인급 선수 3명과 계약했다. 2017년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에서 최연소(만 14세) 우승을 차지한 태국 선수 아타야 티티쿨과 서브 스폰서 계약을 최근 체결했다. 아시아 유망주를 계속 주시하고 있다.

■ Interviewer 한 마디

스폰서십은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다. 스포츠 선수에 대한 스폰서십은 해당 종목과 선수가 가진 이미지를 기업 브랜드로 자연스럽게 연결시킨다.

기업들은 스타 선수를 선호한다. 비용이 많이 들긴 하지만 마케팅 효과에선 어느 정도 보장된 수준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하나금융그룹의 ‘유망주 조기발굴 전략’은 이런 스타 선수 선호와는 대비된다. 보장된 ‘비싼’ 효과가 아니라 가성비 높은 예상치 못한 성과를 노린다는 점에서 그렇다.

‘예상치 못한 성과’를 현실로 만들어내는 게 마케터의 역할이다. 그런 역할엔 운이 아니라 실력이 필요하다.

장경영 선임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