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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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가계가 보유한 국내외 주식·펀드 시장가치가 1000조원어치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씀씀이를 자제한 가계의 여윳돈이 늘면서 국내외 주식을 대거 사들인 데다 각국 증시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린 영향이다.

한국은행은 8일 발표한 ‘2020년 자금순환’ 자료를 통해 지난해 말 가계(개인사업자 포함)·비영리단체가 보유한 국내외 주식과 펀드 가치가 989조1761억원(12월 말 시장가치 기준)으로 집계됐다. 2019년 말(722조2250억원)과 비교해 266조9511억원(26.9%) 늘었다.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가계의 지난해 주식·펀드 시장가치가 불어난 것은 작년 한해 76조원어치를 신규로 사들인 데다 보유한 주식이 뛴 것도 작용했다.

가계가 국내외 주식을 대거 사들인 것은 여윳돈이 불어난 결과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가계 가처분소득(가구당)은 425만7000원으로 2019년(408만2000원)보다 17만5000원 늘었다.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바깥활동을 자제하면서 지갑도 두툼해졌다.지난해 민간최종소비지출은 894조1000억원으로 2019년(931조7000억원)에 비해 37조6000억원 감소했다.

경제주체별로 보면 금융기업이 보유한 주식과 펀드 가치는 지난해 말 907조557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말보다 172조9279억원 늘었다. 가계의 보유 주식 증가폭(162조5857억원)이 비금융기업을 비롯한 기관투자가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가계의 여윳돈은 200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은행 자금순환표를 보면 가계(비영리단체 포함)의 작년 말 현금·예금 잔액은 1968조3969억원이었다. 2019년 말보다 185조5209억원(10.4%) 늘어났다. 연간 증가폭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다. 가계의 대규모 여유자금이 고수익을 좇아 증시·부동산으로 이동하면서 자산시장을 데우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