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입원실 한의원, '호텔급 병실'로 환자유인…'네트워크'도 등장
한의원 상급병실료 2년간 19배로 폭증…한방 경상 진료비, 병의원의 2.4배
1·2인실에 안마의자·넷플릭스로 호객…"車보험 오를 수밖에"
"호텔 같은 인테리어" "아이들을 위한 전자파 없는 탄소섬유 바닥난방 시스템" "메모리폼 모션베드와 프리미엄 침구" "태블릿 PC 대여" "집에 가기 싫을 정도"…
고급 숙박업소 광고처럼 보이지만 실은 의료기관, 그중에서도 '교통사고 입원실 한의원'을 홍보하는 문구다.

소셜미디어에는 이처럼 고급 안마의자와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넷플릭스 초기화면이 띄워진 대형 벽걸이 TV,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연출한 교통사고 입원실 한의원 광고·홍보물이 넘쳐난다.

교통사고 입원실 한의원을 이용하는 환자는 척추 염좌(근육 또는 인대 손상) 등 상해급수 12∼14급 경상환자가 대부분이다.

경상환자임에도 일주일 입원진료비는 200만원 안팎으로 매우 높은 편이고, 고가 입원비의 대부분은 상급병실료, 즉 1∼2인실과 밥값이다.

지난해 한 입원실 한의원에서 치료받은 12급 경상환자의 실제 입원진료비 내역을 보면 총진료비 183만원 중 침·뜸·부황 '세트 치료'와 첩약 처방을 다 합쳐도 22만원 남짓인데, 병실료와 식대로 161만원이 청구됐다.

[표] '20년 11월 입원실 한의원 이용 교통사고 환자(12급) 진료비 청구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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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분 │ 금액 │ 비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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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원료 │ 입원료-상급병실료 │ 1,260,000│ 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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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원료-일반병실료 │ 255,080│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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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원료 소계 │ 1,515,080│ 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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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비 │ 식대 │ 93,780│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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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료비용 │ 진찰료 │ 14,040│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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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첩약 │ 16,146│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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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침, 뜸, 부항 │ 131,500│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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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타 │ 60,912│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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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진료비 │ 1,831,45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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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손해보험 A사
입원실 한의원은 다인실이 모자라 일부 환자에게 1∼2인실을 쓰게 하는 것이 아니라 병실 전체를 1∼2인실로만 운영한다.

7일 자동차보험 상위 4개 손해보험사(삼성화재·KB손해보험·현대해상·DB손해보험)에 따르면 상해급수 12∼14급 경상환자 1인당 평균진료비는 의과(병의원)가 2019년 기준으로 32만2천원인데 비해 한방은 그 2배가 넘는 76만4천원이나 된다.

상급병실료가 주원인으로 꼽힌다.

일부 한의원은 지난해 전체 입원진료비 가운데 상급병실료 비중만 70%를 웃돈다.

한의사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조차 "입원실 한의원은 방 장사"라거나, "환자의 99%는 나이롱일 것" 같은 자조성 글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표] 4개 주요 손보사 자동차보험 경상환자 1인당 평균진료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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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 분 │ 2017년 │ 2018년 │ 2019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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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방(A) │ 667,000 │ 702,000 │ 764,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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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과(B) │ 310,000 │ 316,000 │ 322,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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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B │ 2.1 │ 2.2 │ 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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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자료 취합 분석

한의원의 '상급병실 마케팅'이 활발해지며 자동차보험 한방 상급병실료 청구액도 치솟고 있다.

이들 4개 보험사에 청구된 상급병실료(상급병실 이용에 따른 추가 병실료)는 2019년 1분기 1억1천100만원에서 작년 4분기 32억8천600만원으로 폭증했다.

2년도 안 되는 기간에 19배가 된 것이다.

같은 기간 의과 의원급의 상급병실료는 2억9천600만원에서 2억8천400만원으로 되레 감소했다.

최근에는 전국의 입원실 한의원으로 구성된 '교통사고 입원실 네트워크'라는 신종 의료기관 네트워크도 등장해 성업 중이다.

교통사고 입원실 네트워크는 교통사고 입원실 운영 노하우를 공유하고,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공동으로 홍보·상담을 진행해 환자의 문의를 받아 회원 한의원을 안내한다.

의료계에 다양한 치과, 피부과, 안과 등 진료과목 네트워크나 한의원 브랜드가 있었지만 교통사고 입원실 한의원은 자동차보험 경상환자를 겨냥해 형성된 새로운 유형이다.

1·2인실에 안마의자·넷플릭스로 호객…"車보험 오를 수밖에"
교통사고 경상환자 위주의 상급병실 마케팅과 관련해 한의계는 환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애쓴 결과 강조했다.

권오빈 한의사협회 전 홍보이사는 "한의원이 입원시설에 비용을 투자해서 더 안락한 치료환경을 제공하고, 규정만큼 상급병실료를 청구하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느냐"며 "환자 만족도도 아주 높다"고 말했다.

손해보험업계는 한방 의료기관의 상급병실 마케팅 등 경상환자 진료 관행이 과도한 의료 수요를 일으켜 결국 보험료 인상 압박을 가중한다고 주장한다.

경상환자를 주로 치료하는 한방 진료비가 자동차보험·공제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47.4%(잠정)로 절반에 육박했다.

공제를 제외한 손해보험 자동차보험만 놓고 보면 한방 비율이 52.6%로 의과를 이미 추월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한의원이 호화병실 마케팅으로 불필요한 입원을 유도하고, 이 비용은 결국 전체 가입자의 몫"이라며 "2천400만 가입자의 보험료가 누수되지 않게 자동차보험 상급병실 수가 기준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