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생수 도시락 라면 등 상품을 가리지 않고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 추세가 확연하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바람을 탄 유통 기업들도 이에 발맞춰 무(無)라벨 생수 같은 친환경 제품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주력 소비층으로 자리잡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가치 소비와 기업들의 ESG 경영을 발판으로 ‘틈새’에 머물던 친환경 소비가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스타벅스, 일회용컵 없앤다…유통업계 'ESG 경영'이 대세

스타벅스 “2025년 일회용컵 0%”

스타벅스는 ‘일회용컵 제로’에 도전한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6일 지속가능성 중장기 전략 ‘가치있는 같이’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2025년까지 한국 내 모든 스타벅스 매장에서 일회용컵을 없애겠다고 했다. 현재 사용되는 일회용컵을 재사용컵으로 바꿀 계획이다. 재사용컵에는 일정한 보증금이 붙고,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올 하반기 재사용컵 사용 시범 매장을 선정하고 무인 컵 반납기도 도입할 예정이다.

스타벅스코리아는 메탄가스를 유발하지 않는 식물 기반 대체상품, 수송 거리를 단축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국산 재료 기반 제품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송호섭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는 “환경 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커피 전문 프랜차이즈 투썸플레이스도 친환경 색채를 강화하고 있다. 업계에선 친환경 소비에 부응하는 게 기업가치에도 긍정적이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투썸은 MZ세대 이용률이 높은 서울 신촌연세로점에 전기제품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 소비되는 전력을 자동 차단해주는 대기전력 차단 콘센트를 설치했다. 80여 개 매장에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에너지 실시간 관리 시스템도 도입했다.

無라벨 생수 판매 증가세

소비시장의 ‘실핏줄’ 격인 편의점에서도 친환경 소비 확산 속도가 빠르다. 대표적인 게 ‘무라벨 생수’다. 재사용하기 쉽도록 생수에 라벨을 붙이지 않은 상품이다. 세븐일레븐은 지난달 4일부터 ‘아이시스 2L 6입’ 상품을 무라벨로 바꿨는데, 4~28일 매출이 전월보다 80% 늘었다. CU는 자체브랜드(PB) 생수인 ‘HEYROO 미네랄 워터 500mL’를 무라벨로 바꾼 뒤 한 달간 매출이 전년보다 78.2% 뛰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생수 전체 매출이 20.4% 오른 것과 비교하면 친환경 제품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상품을 내놓은 편의점업계조차 이 같은 결과에 놀라고 있다. 송경화 BGF리테일 음용식품팀 MD는 “상표를 없애는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처음엔 걱정도 많았지만 기우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동물을 사육할 때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줄일 수 있는 비건 제품 소비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G마켓에 따르면 올 1분기 G마켓의 비건푸드 판매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22% 늘었다. 2019년 1분기에 비해 64%, 2018년 1분기보다는 77% 증가했다. 풀무원이 출시한 비건 인증 라면도 출시 6개월여 만에 판매량 300만 개를 돌파했다.

박한신/노유정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