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현 재무이사(CFO) “핏펫이 펫보험 문턱을 낮추는 게임 체인저 되겠다” 포부 밝혀
[인터뷰] 스타트업 핏펫, 2023년 국내 최초 펫 보험사 설립 추진
한국은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매년 빠르게 증가하는데 반해 반려동물 보험(펫 보험) 시장은 불모지에 가깝다. 31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반려동물 보험 계약건수는 크게 늘었지만 가입율은 전체 마리 수 대비 0.25%에 불과하다.

가입율이 저조한 원인으로는 제한적인 보장 질병 범위와, 가입 후 실제 체감혜택이 크게 낮기 때문이다. 국내 대형 보험사들은 1999년 ‘동물의료 수가제’가 폐지된 이후 제각각인 병원비 때문에 진료비 추산이 어려워 상품 설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어려운 여건속에서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등장했다. 바로 반려동물 헬스케어 스타트업 핏펫이 국내의 최초 펫 보험사 설립에 출사표를 던진 것. 설립 4년차인 핏펫은 모바일 소변 검사키트 ‘어헤드’를 시작으로 연 매출 300억원대의 회사로 성장하며,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핏펫의 보험사업 부분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재무이사(CFO)와의 인터뷰를 통해 속내를 들어봤다.
[인터뷰] 스타트업 핏펫, 2023년 국내 최초 펫 보험사 설립 추진
Q. 스타트업 재무이사(CFO)로서는 이력이 특이한데,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핏펫 재무이사(CFO)를 담당하고 있는 김승현입니다. 2년전 핏펫에 합류했고, 회사 내에서는 Peter(피터)라고 불립니다. 보험계리사 자격증을 갖고 있고, 핏펫에 조인하기 전에는 7년 동안 삼성화재에서 근무했습니다. 지금은 핏펫의 재무와 전략을 도맡아 보험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Q. 삼성화재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이유는?
먼저 삼성화재는 정말 좋은 직장이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좋은 근무환경과 함께 근무하는 선후배님과 리더들도 면면히 뛰어난 분들이었습니다. 또한 7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상품개발, 손익관리, 경영관리 부서의 경험을 통해 보험사 Management 사이드도 압축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핏펫에 합류하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반려동물을 워낙 좋아해 결혼 후 현재 키우고 있는 강아지를 보호소에서 입양했는데, 이 친구를 키우면서 반려동물들을 위해 뜻깊은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오너십입니다. 대기업에서 일하다보니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해 상대적으로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기는 어려운 점이 많다고 느꼈어요. 이러한 이유로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었고 후회 없는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Q. 핏펫을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핏펫의 목표는 보호자들 누구나 쉽고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반려동물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핏펫은 국내 최초로 모바일 검진키트 어헤드(Ahead)를 런칭하며 사업을 개시했고, 핏펫몰을 통해 커머스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며 고객 저변을 넓혔어요. 지금은 병원찾기 서비스로 보호자들이 믿을 수 있는 동물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펫보험 보급을 통해 더 많은 보호자들의 의료비를 경감시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Q. 펫 보험사 설립 계획에 대해 설명 부탁 드립니다.
펫 보험은 반려동물들이 보다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서비스이고, 핏펫의 회사 설립 단계부터 주요한 마일스톤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핏펫은 펫 보험사 설립을 위해 필요한 사항들을 차근차근 준비해왔습니다. 우선 어헤드와 핏펫몰을 활용해 반려동물 건강 DB를 확보했고, 이후에는 동물병원 찾기 서비스를 통해 동물병원 네트워크를 구축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어느정도 기반 구축이 되었다고 판단해, 2023년 펫 전업 보험사 본인가 획득을 목표로 실질적인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할 예정입니다.

Q. 펫 보험 보급되기에는 시장이 성숙하지 못했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반려동물 소비자 조사를 하면 매년 가입하고 싶은 서비스 중 펫보험이 상위권을 차지하면서도,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고객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좋은 상품을 제공할 Game Changer가 없었기 때문이죠. 국내 펫 보험은 보험료는 비싼데 담보는 좁습니다. 가까운 나라인 일본은 한국보다 진료수가는 몇 배는 비싼데 월 보험료는 4~5만원으로 별반 차이가 없어요. 게다가 국내 펫 보험은 동물등록번호 같은 복잡한 서류를 요구하는 등 가입절차도 복잡합니다. 보험사 입장에서 양질의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데이터와 판매채널 확보가 어려워, 높은 보험료와 복잡한 가입절차를 고객에게 전가하는 것이죠.
[인터뷰] 스타트업 핏펫, 2023년 국내 최초 펫 보험사 설립 추진
Q. 그렇다면 핏펫은 Game Changer가 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
핏펫이 가장 먼저 주목한 영역은 데이터입니다. 핏펫은 아이들의 질병징후를 파악할 수 있는 건강검진 키트 어헤드(Ahead)부터 핏펫몰, 핏펫 병원찾기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수백만건의 반려동물 건강 데이터베이스(DB)를 축적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자체 바이오연구소를 설립해서 슬개골 탈구, 백내장 등의 유전병 발병위험을 확인할 수 있는 진단키트들도 개발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 같은 반려동물 건강데이터는 더욱 정교하고 정확한 보험료 수준을 산정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합니다. 그리고 핏펫은 반려동물 비문(코 문양)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개체를 확인하는 개체인식 솔루션 디텍트(Detect)도 보유하고 있어요. 핏펫과 DB손해보험이 함께 세계 최초로 상용화시킨 이 솔루션은 보험사기 예방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 펫 보험 관련 유사한 해외 사례가 있는지?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면, 2006년에 설립된 Anicom이 일본 최초 펫 보험 시장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매년 25% 수준의 성장을 지속하며 시장점유율 60~70%를 지키고 있죠. Anicom의 강점이 바로 동물병원 차트 사업으로 확보한 의료수가(진료비) 데이터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핏펫은 Anicom보다 훨씬 폭 넓은 영역에서 데이터를 축적해 오고 있어요. 반려동물의 기본 정보는 물론이고 진료이력과 평소에 소비하는 사료, 영양제 정보와 건강검진 결과도 직접 운영하고 있죠. 특히 핏펫이 어헤드(Ahead) 진단키트를 통해서 수집하고 있는 질병징후 데이터는  Anicom도 최근에서야 확보하기 위해 노력중인 데이터입니다.

Q. 기존 보험사들 입장에서 핏펫과 같은 스타트업들의 행보가 위협적일 것 같은데?
시대가 변하면서 금융의 역할은 변화해왔습니다. 특히 보험은 선박침몰이나 화재사고와 같은 크고 거대한 리스크에서, 휴대폰보험 같은 소비자들의 작지만 불편한 리스크를 해소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죠. 이 같은 측면에서 금융과 IT 서비스의 결합을 통해 고객의 불편을 더 섬세하게 파악하고 해소해 줄 수 있는 회사가 새로운 먹거리를 선점하게 될 거예요. 핏펫, 토스, 뱅크샐러드와 같은 기업의 등장은 기존 보험사들에게 위기인 동시에 새로운 기회이기도 합니다. 스타트업들은 기존 금융사들이 갖지 못한 IT 경쟁력를 가지고 있고, 이 기술력이 금융사들의 자본력과 만난다면 더욱 매력적인 서비스를 만들 수도 있겠죠. 결국 변화를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적응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봅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많은 보호자들이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가장 부담스러운 부분으로 ‘의료비’를 지적합니다. 특히 반려동물은 국민건강보험 같은 공영보험이 없다 보니 반려동물의 의료비 부담은 온전히 보호자의 몫이죠.  저희 핏펫은 이 같은 보호자들의 Pain Point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적인 로드맵을 수립하고 착실히 준비해왔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고객들이 보다 편리하고 합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세상의 모든 반려동물들이 보다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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