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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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동차의 '압축도어' 기능과 관련해 운전자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다수의 운전자들은 덜 닫힌 자동차 문을 모터 힘을 이용해 자동으로 끝까지 밀어 닫아주는 편리함에 만족감을 표한다. 그러나 해당 기능으로 성인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자칫하면 추가적인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등이 이어지고 있다.

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압축도어 옵션을 장착한 제네시스 GV80 차량의 문에 낀 차주의 엄지손가락 일부가 절단되는 사고 소식이 지난 2월 보도됐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와 관련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압축도어 기능은 통상 국내에선 통상 일부 고급차 및 상위 모델 옵션으로 들어가 있다. 제조사별로 '고스트도어 클로징' '소프트 클로징' '파워 도어' 등 다른 명칭을 달았지만 살짝만 문을 닫아도 자동으로 문이 완전히 닫히는 기능이다.

국내에서는 일반화돼 있지 않는 기능이지만 해외에서는 1990년 초반부터 도입돼 꽤 오랜 역사를 가진 기능으로 알려졌다. 현재 벤츠 CLS, 아우디 A6, BMW X5, 테슬라 모델 X 등 대부분 프리미엄 수입차 모델에서 해당 기능을 만나볼 수 있다. 국산차로는 G80, GV80 등 제네시스 라인업에서 옵션 기능으로 선택할 수 있다.
제네시스 GV80./ 사진=현대차
제네시스 GV80./ 사진=현대차
당초 이 기능은 문이 무거워 힘을 세게 줘도 끝까지 문이 닫히지 않는 고급차에 대한 문제를 반영해 개발됐다.

문제는 압축도어에 장애물 감지 센서가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문에 낀 손가락을 인지하지 못하고 차량이 문이 그대로 닫혀버리는 사고가 발생하게 됐다. 2월 발생한 사고 피해자는 떨어뜨린 휴대폰을 주우려다 이 같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통상 압축도어의 닫히는 힘이 매우 강해 문 사이에 낀 볼펜 한 자루가 인정사정없이 구겨질 정도다. 이와 관련 제조사들은 차문 옆 경고 스티커와 사용설명서를 통해 위험성을 지속해서 알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보배드림, 에펨코리아 등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운전자들은 국내외 압축도어 사고 관련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며 기능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한 보배드림 이용자는 “방심하다가 큰코다칠 수 있는 기능”이라며 "하루빨리 해결할 수 있는 제조사들이 나와야 한다"고 적었다.

현재 압축도어 옵션을 사용 중인 것으로 보이는 또 다른 보배드림 이용자는 “정상적으로 사용하면 사고 날 일은 없을 것 같다”면서도 “고급차는 고스트 도어(압축 도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처음으로 주문했는데 조심스러워진다”고 토로했다.

실제 해외에서는 매해 피해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2019년에는 미국 플로리다주에 거주 중인 81세 남성이 본인의 차 재규어 XJL R에 장착된 압축도어 기능 때문에 엄지를 잃는 사고를 겪었다. 2018년에도 BMW 7시리즈 차주 여성이 같은 이유로 엄지가 거의 절단될 뻔했다. 그는 현재 사고로 인해 엄지를 거의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다. 이들 모두는 각각의 차량 브랜드를 고소하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압축 도어 기능으로 인해 81세 남성이 손가락이 절단되는 불의의 사고를 겪었다./ 사진=데일리메일
압축 도어 기능으로 인해 81세 남성이 손가락이 절단되는 불의의 사고를 겪었다./ 사진=데일리메일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면서 옵션을 장착한 후 기능을 제거하는 방법을 찾는 소비자들도 나오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운전석, 조수석 등 각 좌석의 퓨즈 제거를 통해 압축도어 기능을 한시적으로 꺼둘 수 있다.

서울에서 정비소를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최근 고객들 중 옵션으로 장착된 압축도어 제거 관련 문의를 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편리한 기능인 만큼 주의를 기울여 사용하면 된다는 의견도 있다.

약 10만명의 회원수를 보유한 제네시스 GV80 소유자 카페에서는 압축도어에 대해 "고스트 도어가 없으면 운전석문이 한 번에 안 닫히는 만큼 조심만 하면 편하고 좋다"는 의견이 많다.

한 사용자는 "다음(에 구입하는 차량에도 압축도어) 옵션이 있다면 넣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사용자 역시 "기존에는 문을 제대로 안 닫으면 다시 닫아야 했는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 편하다"며 "손가락이 끼는 실수만 없다면 만족한다"는 의견을 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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