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대비 가계부채 수준 100% 육박
부채 질도 악화, 단기 비중 22.8% 달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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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가계부채 수준이 전 세계 주요국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기 회복과 함께 금리 상승기에 돌입할 경우 가계부채 문제가 국내 경제에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5일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수준은 98.6%를 기록했다. 이는 전 세계 평균인 63.7%, 선진국 평균인 75.3%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증가 속도도 빠르다. 2008년 이후 국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7.6%포인트 증가했다. 전 세계 평균 3.7%, 선진국 평균 -0.9%와 비교하며 증가율이 매우 가파르다.

문제는 부채의 질도 악화돼있다는 점이다. 국내 가계부채는 단기(1년) 비중이 22.8%를 차지한다. 프랑스(2.3%), 독일(3.2%), 스페인(4.5%), 이탈리아(6.5%), 영국(11.9%) 등 유럽 주요국에 비하면 크게 높다.

단기 비중이 높다는 것은 유동성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보다 단기 비중이 높은 주요국은 미국(31.6%)이 유일하다.

한국 가계의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도 47.2%(2019년 기준)로 프랑스(30.0%), 영국(28.7%), 독일(28.3%), 미국(17.3%)보다 높다.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는 당장 유동화해서 갚을 수 있는 자산 대비 부채를 보는 지표로 높을수록 부채 위험도가 크다.

조세연은 가계부채 중에서도 주택대출 증가 추세가 높다고 지적했다. 가계부채 중 주택담보대출의 비중은 GDP 대비 43.9%(2019년 기준)로 선진국(미국 49.5%, 프랑스 45.4% 등)과 비슷하지만 증가율이 높아 면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내 가계부채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기타대출(대부분 신용대출)의 규모가 주요국 대비 매우 높다는 점도 우려 요인으로 꼽혔다.

한국의 경우 GDP에서 기타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급격히 늘었지만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일본 등은 되레 감소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대출 증가, 생활비 마련을 위한 대출, 주택구매 및 주식 투자 등 다양한 요인이 있다는 분석이 많다.

조세연은 "부채규모가 크게 늘어난 현 시점에서 금리가 급격하게 인상되는 경우 부채 부담에 따른 이자 비용이 크게 증가하는 등 경제 전체에 충격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채선희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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