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사업 매각 대신 철수

트렌드 대응 미흡해 '고전'
23분기 연속 적자 '불명예'
글로벌 시장 점유율 2%로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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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5일 이사회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 결정을 공개하면서 발표 내용의 70%를 신사업 관련 부문에 할애했다. 스마트폰 사업 철수가 단순히 시장에서 도태한 방증이 아니라 미래 성장을 위한 전략적 판단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LG전자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검토한 결과 사업 종료가 중장기 관점에서 분명히 이득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시장 점유율 1~2%로 고전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는 지난 1월부터 예견됐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이 당시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철수를 암시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을 자기 살을 베어내는 냉정한 결단으로 해석한다. 프라다폰, 초콜릿폰 등 글로벌 히트작으로 LG전자에서 중추 역할을 해온 사업이었던 만큼 철수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적자 사업에 발이 묶인 상태에선 다른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도 위협받을 수 있다”며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뼈아픈 경험을 다시 겪을 수는 없다는 절박함이 이번 결정의 배경”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LG전자는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프리미엄 시장에선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구도에 밀려났다. 중저가 시장에선 중국 화웨이와 샤오미의 공세를 막아내지 못했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1~2% 수준에 불과했다. 시장 열세는 실적 악화로 직결됐다. LG전자 휴대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부터 2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누적 영업적자만 5조원 규모다.
기술·인력 미래산업에 집중
LG전자로선 1995년 시작해 26년간 이어온 사업을 접는 뼈아픈 결정이지만 투자자들은 반색하고 있다. LG전자가 미래 사업에 집중하면서 기업의 규모와 수익성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은 접지만 핵심 모바일 기술 연구는 이어가기로 한 점도 긍정적이다. 6세대(6G) 이동통신, 카메라, 소프트웨어 등 핵심 모바일 기술은 차세대 TV, 가전, 전장(자동차 전자장비), 로봇 등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아 자동차 부품 관련 사업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7월 캐나다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와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분야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한 만큼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LG그룹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강화하고 미래사업을 준비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강조했다.

3400여 명에 달하는 MC사업본부 직원의 고용 유지를 명확하게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스마트폰 기술력에선 글로벌 수준에 뒤처지지 않았던 만큼 인력을 외부에 유출시키는 것보다는 LG전자 및 계열사에 재배치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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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폰 AS는 지속 보장
LG전자는 “국가별 법령·기준에 따라 기존 사용자에 대한 사후서비스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스마트폰 품질 보증 기간은 2년, 부품 보유 기간은 4년이다. 이달 LG 스마트폰을 구입한 사람은 앞으로 2년간 무상 AS, 이후 2년간 유상 수리를 받을 수 있다.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업데이트도 일부 모델을 제외한 대다수 기종은 프리미엄 폰 2회, 보급형 폰 1회 제공 방침을 유지한다. LG전자는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 가입자에 대해서도 최대한 혜택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 프로그램은 소비자가 LG전자 스마트폰을 2년간 쓰고 반납하면서 LG의 최신 모델로 기기를 변경하면 기존 기기 출고가의 50%를 보상해주는 제도다. 비슷한 출고가의 다른 제조사 기기로 제공하는 방식 등이 검토되고 있다.

박신영/서민준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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