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1조 클럽' 9곳…현대모비스 첫 가입

삼성전자, 21.2조로 1위…LG전자·SK하이닉스 뒤이어
R&D 줄인 기업도 47곳 달해…산업계 판도 달라질 듯
국내에서 연구개발(R&D) 투자액이 가장 많은 업종은 반도체다. 삼성전자 연구원들이 반도체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국내에서 연구개발(R&D) 투자액이 가장 많은 업종은 반도체다. 삼성전자 연구원들이 반도체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반도체, 정보통신기술(ICT), 미래차, 2차전지, 우주항공….’

지난해 국내 100대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를 아우르는 핵심 키워드다.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의 R&D 투자가 대폭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기우였다. 국내 기업들은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에서도 역대 최대 규모인 49조원 넘는 대규모 R&D 투자를 단행하는 등 미래 먹거리 확보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
‘R&D 1조 클럽’ 가입한 현대모비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국내 4대 그룹은 지난해 41조1051억원을 R&D에 투자했다. 100대 기업 전체 R&D 투자(49조4736억원)의 83.1%에 달한다. 삼성이 22조8846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LG(7조5504억원) 현대차(6조3684억원) SK(4조3516억원) 순이었다.
반도체·ICT 기업이 R&D 주도…미래차·항공우주에도 집중 투자

개별기업 기준으로 지난해 R&D 투자액이 1조원을 넘은 기업은 삼성전자(21조2292억원) LG전자(4조335억원) SK하이닉스(3조4819억원) 현대차(3조1085억원) LG디스플레이(1조7400억원) 기아(1조6730억원) 네이버(1조3321억원) LG화학(1조1160억원) 현대모비스(1조130억원) 등 아홉 곳이었다. 지난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은 현대모비스는 미래차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자율주행과 전동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분야 중심으로 투자를 단행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와 ICT 기업이 R&D 투자를 주도했다. 매출 대비 R&D 투자액 비중이 5%를 넘는 14개사 중 아홉 곳을 차지할 정도다. 전년 대비 R&D 투자 증가분 역시 삼성전자가 1조21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전자의 R&D 투자는 2017년부터 4년 연속 매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사업에서 초격차를 유지하면서 인공지능(AI), 전장 부품 등 신사업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함께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를 이끄는 SK하이닉스도 지난해 R&D 투자를 2934억원 늘렸다. 이어 네이버(2362억원) 포스코(1137억원) 삼성SDI(957억원) 한화솔루션(717억원) 순이었다. 특히 네이버의 지난해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은 25.1%에 달했다. 2017년 이후 25% 선을 유지하고 있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매출 대비 10%대인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과 비교해도 굉장히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신사업에 적극 뛰어든 포스코·한화
4대 그룹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신사업에 적극 투자했다. 한화와 포스코가 대표적이다. 한화그룹의 항공우주사업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4624억원을 R&D에 투자했다. 매출 대비 비중도 8.7%로 100대 기업 중 다섯 번째로 많다. 태양광 사업을 영위하는 한화솔루션도 지난해 1248억원을 R&D 비용으로 썼다. 특히 전년 대비 R&D 투자 증가율 기준으로 상위 10개사 안에 한화솔루션(2위), ㈜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5위) 등 한화그룹 계열사 세 곳이 포함됐다.

포스코는 지난해 6553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전년(5415억원) 대비 21% 늘었다. 포스코 관계자는 “근로자 안전과 친환경을 위한 스마트플랜트 구축에만 10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R&D 투자 규모가 대폭 감소한 기업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100대 기업 중 47곳이 전년 대비 R&D 투자 규모를 줄였다. 특히 지난해 유동성 위기로 구조조정에 들어간 두산그룹의 감소폭이 1600여억원으로 가장 컸다.

전문가들은 국내 대표 기업이 한 단계 성장하려면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신사업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주력 산업만으로는 성장은커녕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경제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R&D 투자를 줄였다가는 언제든지 낙오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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