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0대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년 늘고 있다. 국내 기업의 R&D 투자 증가율은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1%포인트가량 떨어진다. 이른바 ‘삼성전자 착시효과’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R&D 투자비는 21조2292억원으로, 100대 기업 전체(47조9532억원)의 44.3%에 달한다. 2017년 42.6%, 2018년 43.4%, 2019년 43.8% 등 매년 조금씩 비중이 커지고 있다. R&D 투자비 1조원이 넘는 ‘1조 클럽’ 기업 아홉 곳 중 삼성전자를 제외한 여덟 곳의 R&D 투자비 합계는 17조4984억원이다. 삼성전자 한 곳에도 못 미친다.

R&D 투자 증가분 기준으로는 비중이 더 커진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투자 증가분은 1조215억원으로, 100대 기업 전체 증가분(1조7965억원)의 56.9%에 이른다. 지난해 투자 증가율은 3.7%인데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2.7%로 1%포인트 가까이 하락한다.

국내 R&D가 반도체 분야에 편중돼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00대 기업 중 R&D 투자비가 세 번째로 많은 회사는 SK하이닉스다. 두 기업의 R&D 투자비가 100대 기업 전체의 절반을 넘는 51.5% 정도다.

국내 기업의 R&D 투자가 증가 추세지만 글로벌 기업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다는 분석도 있다. 국제 통계기관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전자기기·컴퓨터 업종의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은 22.5%(2018년 기준)에 달한다. 자동차 업종이 16.0%, 소프트웨어·인터넷은 15.7% 수준이다. 반면 국내 100대 기업 중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이 10%를 넘는 기업은 네이버(25.1%) 카카오(12.9%), SK하이닉스(10.9%) 등 세 곳뿐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각각 3.0%와 2.8%에 그쳤다. 5%를 넘는 BMW 폭스바겐 도요타 등에 비해 크게 뒤처진다.

국내 석유화학 및 정유업체도 마찬가지다. 장치산업 특성상 R&D 투자 비중이 낮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국내 ‘빅4’ 정유업체의 R&D 투자 비중은 전체 매출 대비 평균 0.27%에 불과해 글로벌 에너지·석유화학 업종 평균(4.1%)에 턱없이 못 미친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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