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 '삼식이' 미안해서…밀키트 찾는 아빠들
집에서 요리하는 아빠가 늘고 있다. 코로나19로 기업의 재택근무가 보편화하면서 아빠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다. 원격수업으로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까지 있는 가정에서 아빠가 앞치마를 두르는 모습이 일상화하는 추세다. 요리는 엄두도 못 내던 40·50대 중년 남성을 주방으로 이끈 일등 공신은 밀키트. 손질된 재료와 만들어진 소스로 15분 정도 굽고 끓이기만 하면 요리를 완성할 수 있다. 40·50대 남성의 밀키트 구매가 급증한 이유다.

4일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2월 한 달간 남성 소비자의 피코크 밀키트 매출을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 50대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445% 증가했다. 40대 매출은 392% 늘었다. 다른 연령대보다 2~3배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40대와 50대 여성의 밀키트 매출은 각각 318%, 364% 늘어나 남성 증가율에 못 미쳤다. 이마트는 모든 밀키트를 자체브랜드(PB) 피코크에서 출시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2019년에는 밀키트를 구매한 남성 중 30대(36%)가 가장 많았는데, 코로나19가 국내에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해 2월부터 40대와 50대 비중이 빠르게 커졌다”며 “집밥을 하는 아내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요리에 참여하는 남성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GS리테일의 밀키트 심플리쿡의 중년 남성 매출도 크게 늘었다. 50대가 450% 증가해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40대는 353% 늘었다. 심플리쿡에서는 2월 기준 전체 남성 중 40·50대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64.8%로 전년 동기(55.2%)보다 9.6% 증가했다.

홈술과 캠핑 문화도 밀키트 확산에 한몫했다. 올 들어 이마트 피코크 밀키트의 매출 상위 10개를 살펴보면 이 중 9개가 알탕과 부대찌개, 샤부샤부, 대구탕 등 뜨끈한 국물 요리다. 재료가 많고 손질도 여의치 않아 중년 남성이 도전하기엔 만만치 않은 요리들이다. 하지만 밀키트를 쓰면 야외에서 캠핑할 때나 집에서 술과 곁들일 안주가 필요할 때 쉽게 끓일 수 있다. 밀키트와 함께 홈술·캠핑 관련 매출도 동반 증가세를 보였다. 2월 주류 매출은 65%, 캠핑용품은 162% 늘었다. 아이스박스, 바비큐 용품 등 야외에서 요리를 하는 데 사용하는 아웃도어 키친 매출도 117% 증가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