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도 "꺾기와 자발적 가입 구별 필요" 인정
은성수 위원장-은행장 금소법 간담회에서 논의

은행팀 = 금융당국이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으로 빚어지는 혼란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은행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온 일부 의견에 대해 검토 후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표적으로 '가계대출을 받은 은행에서 대출 전후 한 달간 펀드나 방카슈랑스 등 다른 상품에 가입할 수 없게 된 점이 자발적으로 가입을 원하는 고객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지적에 대해 고객이 필요해서 가입하는 경우를 구분해 허용할 수 있도록 검토하기로 했다.

또, 설명 의무 강화로 은행원들이 상품 관련 내용을 일일이 고객에게 읽어주느라 가입 시간이 길어진 데 대해 "금융위가 '설명서를 전부 안 읽어도 된다'고 했으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현장에서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당국에서 핵심상품설명서에 대한 세부 가이드를 만들어 제공하기로 했다.

은행장 "대출후 한달 펀드가입 제한 완화"…당국 "개선검토"

◇ 일선 현장서 "은행장은 2∼3년뒤 관두지만 우리는 책임져야…구체적 지침 달라"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1일 금융감독원 부원장 2명과 함께 금소법 시행 후 혼란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려고 총 9개 은행 CEO를 만난 자리에서 은행장들은 구체적인 불편 사항과 개선책을 제기했다.

우선 은행장들은 '꺾기' 방지를 위한 구속성 관련 규정이 너무 엄격해 고객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전후로 한달간 펀드, 방카슈랑스 등 다른 상품 가입이 일괄 제한되는 문제가 발생한 만큼, 이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한 은행장은 "월 납입금이 대출 금액의 1%를 넘어가면 구속성 판매 행위에 해당하는데, 이 규정 때문에 대출 이후 자발적으로 펀드 등 상품에 가입하고 싶은 고객들의 선택권이 제한되므로 이에 대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소법은 대출을 빌미로 펀드·보험 상품 가입을 권유하는 이른바 금융기관의 '꺾기' 관행을 막기 위해 투자성·보장성 상품 구속성 판매 행위 점검 대상을 '전체 채무자'로 넓혔는데, 그 여파로 은행이 대출 실행일 전후로 1개월간 펀드나 방카슈랑스 등 투자성·보험성 상품을 판매하는 행위 자체가 사실상 금지됐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진짜 고객이 필요해서 가입하는 것과 구속성 판매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검토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객이 자발적 의사로 필요에 의해 펀드 등 상품에 가입하려는 경우 이를 구분해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또한, 다수의 은행장은 설명 의무 강화로 상품 가입 시간이 길어진 데 대해 금융당국이 '설명서를 빠짐없이 읽으란 의미가 아니다.

소비자가 설명이 필요 없다는 의사를 표시한 항목은 제외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안내한 것이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이 상품설명서를 읽어주는 것과 관련해 전체를 다 읽어주는 걸 모범사례로 소개했다가 법 시행 이후엔 '다 읽어줄 필요는 없다'고 안내했는데, 은행 입장에서는 최소한 어느 정도까지 읽어줘야 한다든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은행장들은 "현장에선 좀 더 단순하게 하고 싶어도 겁나서 그렇게 못 하겠다고 한다"는 불만을 전달하면서 '꼭 필요한 경우만 핵심 설명서를 교부하고 설명하게 해 달라', '금소법 이후 평균 40∼50분 걸리는 고객 상담 시간 단축을 위해 핵심 설명을 간소화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한 은행장은 "직원들로부터 '행장님은 2∼3년만 하면 그만두지만, 직원들은 몇십 년을 일해야 하는데 제대로 안 지켰다고 벌을 받으면 지장이 크니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안 지킬 수가 없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Q&A 등으로 알려주고 있지만 감사받거나 문제가 생길 때는 법대로만 하니 법적으로 명확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Q&A 등을 전부 신뢰할 수도 없다'는 의견을 들었다"며 "이런 점 때문에 출력물이나 설명 의무 등 업무 부담이나 양이 줄어들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장 "대출후 한달 펀드가입 제한 완화"…당국 "개선검토"

◇ "위법계약 해지권 정확한 기한은?"…은행장들 건의·요구 쏟아져
이날 은행장들 사이에서는 금소법 시행으로 도입된 '위법 계약 해지권'과 관련해 "금융사가 수락 여부를 결정하고 고객에게 통지해야 하는 기간이 '10일 이내'로 돼 있는데 너무 짧다"며 이를 '10영업일 이내'와 같이 현실성 있는 기한으로 설정해달라는 건의도 나왔다.

또, 일부 은행장은 금소법에서 '소비자보호 내부통제' 관련 조직, 임원 등을 새로 만들도록 했는데 기존에 은행들이 운영해오던 '준법감시인'과 겹친다고 지적하며 두 가지가 어떻게 다른지 역할을 구분해달라는 요구도 했다고 한다.

금소법 시행 이후 고객 상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과 관련해 한 은행장이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일반적인 거래 창구(빠른 창구)와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한 창구를 구분해서 운영하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소개하자, 금융위가 "좋은 생각"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 사이에서 고객의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예금과 펀드의 가입 창구를 분리하는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금융위는 "금소법이 불완전판매 등으로부터 고객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니 금소법을 은행 CEO들이 잘 챙겨달라"고 요청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금소법 시행 이후 부정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 언론 보도에 부담을 느낀 듯, 언론에 관련 내용 언급을 자제해달라는 당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금감원은 "오는 9월까지 계도 기간을 줬는데 그때까지는 검사하더라도 큰 틀에서 할 것이고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징계하지 않을 테니 계도 기간 스스로 정비하며 시스템을 만들어가달라"고 언급하며, 금소법이 잘 정착되도록 적극 나서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