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특근 금지'에 한달이면 끝날 대보수 두달가까이 연장
"사고나면 사장 구속"…조심조심 작업하다 결국 생산 차질
건설현장 비상인데…코레일도 레미콘차주도 '세월아 네월아'
대기중인 레미콘운송차량 /연합뉴스

대기중인 레미콘운송차량 /연합뉴스

시멘트 재고가 바닥나면서 시멘트업계가 ‘공급 절벽’에 빠진 가운데, 주52시간 근무제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이 주요 원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달 가량으로 예정된 생산설비 보수 일정이 이러한 규제로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시멘트 생산에 차질이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시멘트협회는 2일 "시멘트 수출 물량의 30~50%가량을 내수로 전환했고, 생산설비를 최대한 가동해 현 공급 차질을 해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급절벽 원인에 대해 “올해 비수기에 맞춰 정기 대보수를 단행했는 데, 예년과 달리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작업시간 단축,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한 공사 현장의 작업여건 변화, 친환경 생산 설비 확충 등으로 보수 기간이 늘어났다”며 “제조설비 가동 시간의 감소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보통 시멘트업계는 건설 공사가 중단되는 겨울철 비수기에 매년 대보수를 실시했다. 대보수란 소성로(시멘트 제조용 원통형 가마)내 내화벽돌을 갈아끼우거나 수명이 다한 설비 부품을 교체하는 작업으로 주로 시멘트공장 주변 하청 업체가 담당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대부분 근로자 50인 이상 300인 미만 규모다. 올해부터 주52시간제가 이들 규모 중소기업까지 확대 시행되면서 정부의 단속 대상이 된 것이다.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과거처럼 하청업체 직원들이 야근과 주말 특근을 할 수 없게 됐고, 하루 8시간 이상 근무도 불가능해지면서 보수 일정이 하염없이 미뤄졌다”고 말했다. 통상 한달 가량인 대보수 기간이 올들어 한달반에서 두달가까이 연장된 것도 이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역시 이러한 현상을 부채질했다. 한 시멘트업체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작은 인명 사고라도 나면 대표이사가 구속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업체들은 위험한 작업은 무조건 연기하고, 야간 작업도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시멘트 생산 뿐만 아니라 철도와 도로를 통한 유통 과정에서도 병목 현상이 벌어졌다. 시멘트협회는 “성수기 철도운행을 확대해야 하나 주52시간제와 주5일제로 인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레미콘 운송차량 역시 지난 3월부터 주 40시간 근무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건설 공사 현장내 적시 공급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시멘트협회는 철도운송의 경우 코레일 측에서 비수익 노선이라며 시멘트 운송용 철도 노선을 역세권 개발과 철도복선화 등으로 폐쇄하면서 수송물량의 부족(5개 노선 연간 100만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특히 수도권 공급을 담당하는 광운대역 출하기지가 지난해 말 폐쇄되면서 더욱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시멘트 주요 운송수단인 철도화차와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차량의 부족도 원활한 시멘트 공급이 차질을 빚은 원인이라고 했다.

한편 쌍용 한일 아세아 등 주요 시멘트업체들은 대부분 재고가 거의 없는 상태다. 현재 시멘트업계는 하루 15만톤을 생산하고 있지만 시장 수요는 20만톤이다. 하루 5톤 가량의 부족분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멘트 공장 앞에선 시멘트운송차량(BCT) 수십대가 물량을 받기위해 대기하고, 일부 레미콘공장 공장장들은 시멘트공장을 방문해 물량을 더 달라며 항의하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그나마 수출 물량을 내수로 전환할 수 있는 쌍용, 삼표, 한라 등은 국내 공급만 하는 내륙사(한일, 한일현대, 아세아, 성신)보다 재고 여유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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