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가 귀여워서요’, ‘화면이 예쁘잖아요’. 금융 서비스 선택 이유를 묻는 질문에 사용자들이 최근 많이 하는 응답이다. 기존에는 ‘안전해 보여서’, ‘예전부터 사용하던 곳이기에’ 등의 응답이 주를 이뤄다. 이 같은 변화는 새로운 경험에서 시작됐고, 새로운 경험은 새로운 기업이 가져다 줬다.

전세계적으로 빅테크(Bigtech)의 금융산업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금융업의 경쟁구도가 재편되고 있다. 디지털 서비스 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을 가진 거대 기술 기업을 뜻하는 빅테크 기업은 유통·SNS 중심의 고객 최접점 플랫폼을 바탕으로 혁신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이 금융업에 진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로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주력 경제 인구로 부상함에 따라 스마트 기기를 이용한 모바일·온라인 금융 거래에 주력하는 빅테크 기업이 금융산업에서 경쟁력을 갖게 됐다. 두 번째로는 데이터를 확보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빅테크 기업은 사용자의 온라인 검색기록, SNS 활동 데이터 등 기존 사업에서 축적한 대규모 데이터와 금융업에 진출함으로써 얻는 재무 정보를 결합해 신규 서비스를 창출하고 기존 비즈니스를 강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금융산업의 혁신과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각국에서 비금융기관에 대한 금융업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트렌드가 지속되면서 빅테크 기업의 금융시장 진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해외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 동향은 어떨까. 대표적으로 미국과 중국에서 빅테크 기업은 SNS, 전자상거래 등 자사 핵심 사업과 거대 자본을 기반으로 금융업에 진출해 선전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이 자사 지급결제 서비스를 중심으로 기존 금융사와의 파트너십, 핀테크 기업 투자, 암호화폐 개발 등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지급결제기업을 중심으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지만, 그동안 혁신 친화적인 규제 환경 속에서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은 결제에서 은행업, 보험, 투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모바일 채널을 통한 새로운 금융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확대되면서, 기존 금융사와 빅테크, 핀테크 등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카카오는 2017년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금융산업에 진출했고,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를 필두로 금융당국의 라이선스를 직접 취득해 금융산업을 공략 중이다. 네이버는 간편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를 확장하고, 보험자회사 NF보험서비스를 설립했다. 2019년 설립한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금융·쇼핑·결제 간 시너지를 강화하는 등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핀테크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비바리퍼블리카는 토스뱅크, 토스증권 등을 선보이며 제도권 내에서 영역을 확장하려는 행보를 보인다.
[한경 CFO Insight]KPMG-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본격화된 금융산업 패권 전쟁
한편 독과점 우려, 개인정보보호, 금융시스템 안정성 등을 중심으로 빅테크에 대한 규제 필요성 논의가 글로벌 차원에서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디지털 서비스 과세, 개인정보 규제 강화와 역외이동 제한, 핀테크 기업의 결제시스템 접근성 개편 논의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20년 12월 디지털금융 규제·제도 개선방안이 발표되면서 빅테크 기업이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돼 금융 시스템 안정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처럼 금융산업 내 경쟁이 본격화됨에 따라 기존 금융기업들도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도화된 역량이 내재된 장기·투자성 금융상품 등을 맞춤형으로 개발해야 한다. 또 빅테크·핀테크 기업과 협업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신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및 기업 인수·합병(M&A)으로 차별화된 기술력을 확보해 나가야 할 것이다. 빅테크 기업은 규제와 경쟁의 가속화로 급변하는 금융 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시점이다. 금융안정성과 안전한 금융서비스를 위해 보안, 금융소비자 보호 등을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아울러 새로운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해 나가고 소비자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포착해 혁신적인 서비스 창출과 투자로 차별화 전략을 꾀해야 할 것이다.

마이데이터(MyData), 마이페이먼트(MyPayment) 등 새로운 금융 서비스 분야도 신설되면서, 금융산업 내 패권을 두고 본격적으로 각축전을 벌이는 생태계 이해관계자들이 고민해야하는 요소들이 복잡·다양해지고 있다. 격화되는 경쟁 환경 속에서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준비해 선보일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이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