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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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지난해 국내 68개 기업의 임직원들이 억대 연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직원들의 평균 보수가 가장 많은 회사는 셀트리온헬스케어, 미등기임원 평균 보수가 가장 많은 회사는 CJ로 조사됐다. 다만 이들 기업들의 작년 평균 인건비는 15% 늘어난데 반해 고용은 1%대 수준 상승하는데 그쳤다.

1일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가 국내 주요 상장사 1700곳이 최근 공시한 사업보고서로 미등기임원(임원)과 부장급 이하 직원(일반직원) 보수를 분석한 결과, 68개 기업에서 임직원들(임원과 일반직원 합계)의 1인당 연봉이 1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52개사보다 30.7%(16개사) 늘어난 수준이다.

이번 임직원들의 억대연봉 순위에는 코로나19 수혜를 입은 기업들이 대거 포함됐다. 네이버를 비롯해, 스튜디오드래곤, 엔씨소프트, 금호석유화학, 키움증권 등 16개사가 임직원 억대연봉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68개 기업의 2019년 임직원 평균 연봉은 1억609만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억1984만원으로 1인당 평균 1374만원 정도씩 급여 지갑이 두둑해졌다. 연봉 상승률도 13% 수준으로, 인건비 증가분만큼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임직원 연봉이 2억원이 넘는 곳도 5곳이나 등장했다. 다만 1, 2위를 차지한 CJ(4억9407만원)와 오리온홀딩스(3억2380만원)의 경우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오너 연봉 비중이 높으면서 평균 임직원 연봉도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작년 67억원의 보수를 챙겨갔다. CJ 임직원 전체 인건비 중 이 회장 1명에게 지급한 급여 비율만 해도 25%에 달한다. 사실상 임직원 전체 인건비의 4분의 1정도를 챙겨간 셈이다.

오리온그룹 지주회사인 오리온홀딩스도 사정은 비슷하다. 현재 오리온홀딩스에는 오너가인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이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이들에게 지난해 지급된 급여는 각각 14억원, 11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외에 △DSC인베스트먼트(2억2133만원) △셀트리온헬스케어(2억1402만원) △부국증권(2억641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경우 사업보고서에 임직원 평균 급여액을 1억9000만원으로 명시했다. 하지만 실제 288억원이 넘는 인건비를 임직원 135명으로 나눈 평균 금액을 계산해보면 2억원이 넘었다.

반면 국내 매출 1위 기업인 삼성전자(1억2656만원)는 68개 기업의 임직원 연봉 순위에서 26위를 차지했다. 지주사·금융사 등을 제외하면 카카오가 2019년(7999만원) 대비 2020년(1억799만원) 임직원 급여 상승률이 35%로 가장 높았다.
임직원 평균 급여 상위 10개 기업. /사진=한국CXO연구소
임직원 평균 급여 상위 10개 기업. /사진=한국CXO연구소
작년 미등기임원 연봉 순위는 △CJ(10억4195만원) △메리츠증권(9억461만원) △에이티넘인베스트(7억9833만원) △엔씨소프트(7억9357만원) △삼성전자(7억4343만원) △오리온홀딩스(6억8800만원) △한양증권(6억5781만원) △셀트리온헬스케어(6억2440만원) △LG(6억1447만원) △이베스트투자증권(6억960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작년의 임원 평균 급여액 자체가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이베스트투자증권으로 조사됐다.

부장급 이하 일반 직원 급여가 가장 높은 곳은 △셀트리온헬스케어(1억9823만원) △한양증권(1억6557만원) △CJ(1억6203만원) △부국증권(1억6111만원) △메리츠증권(1억4248만원) △신한지주(1억3422만원) △BNK금융지주(1억3313만원) △KB금융지주(1억3313만원) △우리금융지주(1억2921만원) △삼성증권(1억2789만원) 순으로 집계됐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최고경영자(CEO)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 직원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국내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제조업체에서 임직원 임금을 지속적으로 높이게 되면 장기적으로 인건비가 증가해 회사 경쟁력 동력은 예전보다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제조업체는 임금 상승에 따른 부감감으로 자동화 시스템 도입 등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면서 "고용은 늘지 않고 임금만 올라가는 '고임금 저고용' 구조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