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에서도 보기 드문 규모의 주식 블록딜과 일부 종목의 주가 급락을 야기한 한국계 미국인 투자자 빌황(한국명 황성국)발 증시 동요에 29일(현지시간) 미국 증권당국이 관련 투자은행(IB)을 소집해 회의를 열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수십조원 규모의 블록딜을 일으킨 원인과 향후 여파 등을 파악하기 위해 이날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앞서 빌황의 개인 투자회사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가 파생상품인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고 차입 투자를 하다가 주가 하락으로 손실이 발생하자 TRS나 대출 등 계약으로 엮여있던 IB들이 대거 블록딜(시간외 대량거래) 방식으로 주식을 팔아치웠다.

아케고스가 투자한 일부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자 손실이 발생했고, 마진콜(계약 가격 변화에 따라 부족해진 증거금을 추가 납부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이뤄지면서 주식을 담보로 잡고 있던 IB들이 손실 최소화를 위해 블록딜에 나선 것이다.

TRS 계약은 증권사가 증거금 등을 담보로 받고 자산을 대신 매입해 주며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이런 방식을 통해 계약을 의뢰한 투자자는 적은 돈으로 많은 주식에 베팅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라임펀드 사태 때 이 상품이 많이 알려졌다.

이번 대규모 블록딜에 관여한 IB로는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도이체방크 등이 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 통신은 금융사의 손실액이 60억달러를 넘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노무라는 이미 20억달러의 잠재손실 가능성을 전날 밝혔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크레디트 스위스의 경우 손실액이 최소 10억달러에서 최대 40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며 나머지 금융사들은 상대적으로 큰 피해를 보지는 않은 것으로 전했다.

아케고스는 이메일 성명을 통해 "이번은 아케고스에 어려운 시기로 모든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아케고스는 빌황 자신과 가족 등 재산 100억달러가량을 관리하는 개인 투자사로, 이번에 엄청난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아케고스의 보유 자산은 100억달러 수준이지만 차입거래로 실제 투자규모는 500억달러에 달한다고 한 시장 소식통은 전했다.

빌 황은 과거 헤지펀드 타이거 매니지먼트를 이끈 유명 투자자 줄리안 로버트슨의 수제자로, 2001년부터 타이거 아시아 펀드를 설립해 운영하다가 2012년 내부자 거래 혐의로 기소돼 법원에서 유죄를 인정한 뒤 비교적 조용히 지내왔다.

현 아케고스는 타이거 아시아를 개인 투자사로 전환한 것으로, 최근까지 홈페이지에서 미국, 중국, 일본, 유럽과 한국 주식을 주로 거래하는 것으로 소개해왔다.
'한국계 빌황' 월가 충격에 미 증권당국 IB 소집 회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