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실업부조' 지원대상 확대
구직단념 청년, 영업제한 업종 근로자도 대상
구직활동 인정기준도 기존보다 완화
입사지원 후 면접 보면 구직활동 2회 인정
구직수당 요건 완화 또 완화…산으로 가는 국민취업지원제도

고용노동부가 지난 29일 '국민취업지원제도, 보다 촘촘하고 든든해집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위탁 양육·시설 등에서 보호 중이거나 보호가 종료된 아동, 구직단념 청년 등도 국민취업지원제도에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로 영업제한이나 집합금지 명령을 받은 업종에 종사하는 근로자도 국민취업지원제도에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저소득 실업자, 청년, 경력단절 여성 등 취업 취약계층(15~69세)에 구직수당과 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형 실업부조’ 제도로 올해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지원 형태는 두 가지다. 50만원씩 6개월간 총 300만원의 구직촉진수당과 취업지원 서비스를 받는 '1유형'과 취업지원 서비스를 중심으로 취업활동비(최대 195만4000원)를 받는 '2유형'으로 나뉜다. 1유형 대상은 가구소득이 중위소득의 50%(4인가구 약 244만원) 이하인 저소득층(재산 3억원 이하)이다. 청년(18~34세)은 중위소득 120%(4인가구 약 585만원) 이하까지 신청할 수 있다.

국민취업지원제도 관련 올해 지원 목표는 당초 59만명(1유형 40만명, 2유형 19만명)이었으나 이달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1유형에 5만명이 추가됐다. 이에 따라 올해 총 지원인원은 64만명, 관련 예산은 1조2664억원이다.

'1인당 300만원' 홍보 효과에 신청은 폭주하고 있다. 지난 25일 현재 신청자는 24만여명, 연간 목표치의 38%에 달한다. 물밀듯한 신청에 전국 고용센터와 민간 위탁기관은 수백명의 상담인력 증원에도 몸살을 앓고 있다. 고용부가 최근 국민취업지원제도 지원 강화 방안을 내놓은 이유다.

정부가 내놓은 방안에는 보호종료아동, 구직단념청년 등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것 외에 구직촉진수당 지급 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수당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거나, 수당을 받기 위한 구직활동의 인정범위·기준이 모호하다는 신청자들의 불만을 받아들인 결과다.

고용부는 보도자료에서 구직활동 인정 세부기준과 관련해 △형식적 구직활동을 방지하고 △최소 월 2개 이상 구직활동을 의무화하며 △구직촉진수당만 수급하고 제도 참여를 종료하지 않도록 하라는 지침을 전국 고용센터와 민간 위탁기관에 시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용부가 실무 기관에 내린 지침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고용부는 위탁기관 상담사가 신청자에게 불필요한 과제 부여가 많다는 민원을 이유로 수급자가 납득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과제를 부여하도록 했다. 그러면서 신청자에게 상담 서비스 초기 단계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제출하게 하는 행위 등은 사회통념상 인정 가능한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예시했다. 또 일부 위탁기관에서 구직활동 증빙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며 가급적 월 4건 이내로 한정하라고 했다. 상담기관 별 통일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지만 신청자들의 민원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부는 이밖에도 심리안정 프로그램 참여도 구직활동으로 인정하고, 특정 회사에 입사지원서 제출과 면접을 각각 구직활동을 한 것으로 인정하라는 내용의 지침도 내렸다. 당초 적극적인 구직 의사를 가지고 있지만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 구직자의 취업을 지원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현금 퍼주기 사업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부 위탁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상담사는 "신청자 중에는 정말 간절히 취업을 위해 상담을 원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며 "마치 맡겨둔 돈 찾으러 온 듯한 청년들을 볼 때마다 은행 직원이 된 듯한 착각이 든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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