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번째 원자력발전소 후보지였던 경북 영덕군 천지원자력발전소의 예정구역 지정을 공식 철회했다. 영덕군과 주민들은 원전 취소에 따른 경제 피해가 3조7000억원에 달한다며 반발하고 있어 후폭풍이 예상된다.

'29번째 원전 후보지' 영덕 예정구역 결국 철회
산업통상자원부는 29일 ‘제67회 전원개발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천지원자력발전소의 예정구역 지정 철회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이로써 정부가 2011년 영덕읍 석리·매정리·창포리 일대 324만㎡를 1500메가와트(㎿)급 원전 건설 예정지로 지정한 뒤 10년 만에 사업이 백지화됐다. 이번 지정 철회는 1주일 내 관보에 고시되는 대로 효력이 발생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18년 6월 이사회를 열어 천지원전 건설 계획을 취소한 데 이어 같은 해 7월 정부에 천지원전 예정구역 지정 철회를 신청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6월 탈원전 선언을 하면서 에너지 전환 계획을 밝힌 데 따른 후속 조치였다. 하지만 천지원전은 토지보상을 요구하는 주민들과 해당 지역 땅 소유자 등의 반대로 예정구역 지정 해제가 지연돼 왔다.

천지원전의 예정구역 철회가 공식화되면서 영덕군과 지역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원전 건설 취소에 따른 직간접적 경제 피해가 3조7000억원에 이른다는 게 영덕군의 주장이다. 피해액 3조7000억원은 신규 원전 2기 건설에 따른 각종 기본 지원금과 영덕에 원전이 들어서면서 발생할 경제적 파급 효과 등을 원전 운영 기간인 60년 치로 추산한 것이다.

영덕군은 또 2014년 천지원전 건설을 신청하는 조건으로 정부로부터 받은 특별지원금 처리 여부를 놓고도 정부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특별지원금 380억원 중 이미 293억원을 철도용지 매입과 체육센터 건립 등 지역발전 사업비로 사용했다. 정부 지원금은 사업을 중단하면 반환하는 게 관례지만, 영덕군은 정부의 일방적인 중단으로 사업이 좌초됐기 때문에 지원금 380억원을 모두 반환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일단 ‘회수 보류’ 조치를 해놓은 상태다.

천지원전 예정구역 부지의 토지보상 여부도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전체 부지 가운데 한수원에 이미 토지를 매각한 땅 주인이 18.5%이고, 나머지 81.5%는 보상을 기다리고 있어서다. 정부는 사업 취소로 토지 매입 근거가 사라졌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땅 소유주들은 정부의 일방적 사업 취소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보상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