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F리테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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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지난해 말 트로트 가수 나훈아가 방송에서 콘서트를 한 후 온라인에서는 그의 노래 ‘테스형’ 열풍이 불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형이라 부르며 삶의 애환을 토로하는 이 노래를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은 ‘(하버)마스형’ ‘맑스형’ 등으로 바꿔 부르며 즐겼다. ‘밈(meme·유행 요소를 모방 또는 재가공해 만든 콘텐츠)’의 주인공이 된 테스형의 이름을 딴 술이 이번에 출시된다.

편의점 CU는 다음달 2일 ‘테스형 막걸리’를 출시한다고 28일 밝혔다. 수작업으로 만든 밀누룩을 쓴 제품이다. 밀누룩은 단백질 함량이 높아 담백하고 묵직한 맛을 낸다. 뒷맛이 깔끔한 것도 특징이다. CU 관계자는 “막걸리는 진득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젊은 층이 맥주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게 담백한 맛으로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제품 이름과 디자인도 MZ세대 맞춤형이다. 막걸리는 일반적으로 생산지나 원재료를 강조한 제품명을 사용한다. 반면 테스형 막걸리는 이름만 봐서는 어디서 만들어졌고 재료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막걸리 병을 감싼 포장지에도 소크라테스가 막걸리 사발을 들고 노래 테스형의 가사인 ‘세상이 왜 이래’를 외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MZ세대가 중요시하는 재미와 개성을 강조했다는 설명이다. CU는 테스형 막걸리의 판매수익금 일부를 노인 복지사업에 사용할 계획이다.

CU가 ‘테스형’과 막걸리를 결합한 배경에는 젊은 층 사이에서 부는 뉴트로 열풍이 있다. 옛 것을 재해석하는 트렌드에 맞춰 막걸리를 포함해 새로운 맛을 내는 전통주 제품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술을 담는 용기도 세련되게 바뀌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홈술족이 늘어나며 인기가 더 높아졌다. CU의 지난 1분기 막걸리 매출에서 2030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15.6%로 2018년(8.9%)의 2배 수준으로 커졌다. 1분기 전체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9.8% 늘었다.

CU 관계자는 “뉴트로와 홈술 트렌드로 빠르게 성장하는 막걸리 시장에 맞춰 CU의 막걸리 제품 수를 3년 전에 비해 30% 늘렸다”며 “앞으로도 개성 넘치는 막걸리들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