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업무상 만나는 분들에게 명함을 건네기가 조심스럽습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암호화폐거래소 대표 A씨의 하소연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업자들이 암호화폐 투자설명회를 열어 “우리 코인은 OO거래소에 상장할 예정”이라며 그 ‘증거’로 A씨 명함을 흔들어 보이는 일이 잦아졌다는 것이다. 이런 업체는 사기 혐의로 경찰에 꼬리를 잡히는 경우가 많다. A씨는 “설명회에 동석한 적이 있냐고 캐묻는 경찰에게 ‘알리바이’를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 수시로 벌어진다”고 털어놨다. 그는 얼마 전 명함을 새로 찍으면서 휴대폰 번호를 지워버렸다.

코인 투자 열풍을 타고 유명 암호화폐거래소 상장 계획을 미끼로 한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코인을 암호화폐거래소에 상장한다는 것은 비상장주식이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것과 개념이 비슷하다. 사기꾼들은 거래소와의 연줄을 과시하며 “상장하면 대박을 치니 미리 투자하라”고 중장년과 노년층을 유혹하는 수법을 주로 쓴다.

국내 양대 암호화폐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은 최근 ‘상장 사기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업비트 측은 “상장 정책과 공식적인 경로가 모두 공개돼 있지만 ‘특정 브로커를 통하면 업비트 상장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식의 근거 없는 소문이 여전히 돈다”고 했다. 빗썸도 상장 수수료 갈취 등을 비롯한 불법 행위에 대해 공개 제보를 받고 있다. 빗썸 관계자는 “자신이 빗썸 담당부서 책임자라며 상장을 원하는 업체에 메일을 보내 보증금 등을 요구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들 업체는 “어떤 명목으로도 상장 관련 비용을 요구하는 일이 없다”며 “법적 대응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