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 북쉘프-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
최근엔 일반인들 중에서도 자신의 책을 쓰려고 하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인생의 버킷 리스트(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적어놓은 목록) 중에 하나로 책을 쓰는 일을 꼽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번 글에선 이런 소망을 갖고 있는 이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 한 권을 추천한다.

일본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다치바나 다카시가 쓴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은 말 그대로 자신의 역사에 대해, 간략한 자서전을 쓰는 방법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자기 자신에 대한 꽤나 긴 분량의 글을 쉽고, 깔끔하게 쓰는 법’에 초점을 맞춰서 말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 책 자체가 43명의 수강생들에게 자기 인생을 담은 한 권의 짧은 책을 쓰도록 하는 걸 목표로 진행됐던 13강짜리 강의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수강생들에게 글을 써서 제출하도록 하는 게 목표였던 수업이었으니 글 쓰는 방법에 집중적으로 이야기하는 건 당연하다.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은 일본 릿쿄대에서 2008년에 시작한 시니어 세대를 위한 교육 과정인 ‘릿쿄 세컨드 스테이지 대학’이 개설한 강좌 <현대사 속의 자기 역사>의 강의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이 대학은 말 그대로 인생 2막을 맞은 장년층 이상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50세가 넘은 지원자만 입학할 수 있다.

<현대사 속의 자기 역사>는 이렇게 50세가 넘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동안 자신의 삶에 대해 돌이켜보고 정리해보는 의미에서 자서전을 쓰도록 하는 수업이다.

“나는 누구나 시니어 세대가 되면 한 번은 자기 역사를 쓰는 일에 도전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 역사를 쓰지 않으면 자기라는 인간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수업의 강사이자 책의 저자인 다치바나 다카시가 이 강좌를 연 이유에 대해서 설명한 말이다.

이 책의 장점은 글 쓰는 방법에 대한 실용적인 조언과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한 설명이 가득하다는 점이다.

수강생들 대부분이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도, 글을 통해 돈을 벌어본 적도 없는 아마추어들이었으니 모든 걸 하나하나 차근차근 설명해야만 했었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일본에서 1급 작가, 1급 저널리스트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1974년엔 당시 일본 총리의 비자금과 정경유착을 폭로하는 기사를 써서 사회를 뒤흔들었고, 1979년엔 고단샤 논픽션상을, 1998년엔 시바 료타로 상의 1회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같은 인물이 글을 쉽고, 편하게,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한 학기 강의 계획을 세운 뒤 이에 맞춰 매 강의마다 자신이 갖고 있는 노하우를 차근차근 설명한 것이다. 덕분에 실용적인 조언들이 가득하다.

예를 들어 저자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이에 대해 다루는 글을 쓰기 전에 먼저 꼭 ‘자기 연표’를 만들어보라고 조언한다. 짧은 글이더라도 개요를 미리 짜두고 글을 쓰면 짜임새 있는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인생을 다룬 짧지 않은 글이라면 미리 개요를 작성해두는 일은 더욱더 꼭 필요하다. 자서전을 쓸 때 개요의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자기 연표다.

시간 순서대로 자신이 살아온 삶을 연표로 나타내라는 말인데 단순히 자신이 몇 년도에 무엇을 했는지만 쓰지 말고 그 무렵 사회에는 어떤 큰일이 있었는지, 특정 시기마다 자기 곁에 가장 가까이 있었던 사람들은 누구였는지까지 표로 정리해서 나타나면 글을 쓰기 전에 큰 줄기를 잡을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현대사 속의 자기 역사> 수업은 기본적으로 강평 방식으로 진행됐다. 수업이 끝날 때마다 수강생들에게 과제를 내준 뒤 다음 수업에서는 수강생들이 제출한 글쓰기 과제를 하나하나 읽어가면서 어떤 점은 좋았고, 어떤 점은 아쉬웠는지에 대해서 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 짚어나갔다는 말이다.

“매주 엄청난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강생 전원이 제출한 자기 역사를 강의 전날까지 필사적으로 읽어야 했다. 수업 당일에는 내용에 관해 강평하면서 자기 역사를 쓰는 좋은 방법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조언을 덧붙여 주었다. 수강생이 43명이었기 때문에 작품 전부를 읽는 것은 녹록지 않은 일이어서 언제나 철야를 했다.”

이 책에는 작가와 수강생들이 화면에 띄어놓고 보면서 함께 이야기를 나놨던 수강생들의 글이 계속해서 사례로 등장한다. 이 사례 글들을 바탕으로 좋은 글이 갖춰야 하는 조건들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해나가는 방식이다.

사례는 언제나 이론보다 강하다. 그때그때마다 딱 맞는 사례들이 이어지는 덕분에 작가가 전하려 하는 내용들을 쉽게 잘 이해할 수 있다.

글을 씀으로써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한 번쯤 되돌아보고픈 독자라면 먼저 이 책을 읽고 컴퓨터 앞에 앉을 것을 추천한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