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발전·시멘트·금속 등 9개 업종
대출 및 주식·채권 투자액 합계

고탄소업체 투자 안줄이면
기업가치와 신용도가 훼손될 우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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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금융회사들이 411조원 규모의 고탄소업종에 대한 대출을 비롯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차츰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변수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의 하나로 고탄소업종 대출을 적절하게 줄여나가지 못할 경우 금융회사의 기업가치와 신용도가 훼손될 수 있다는 경고다. 한은은 석탄발전·시멘트·금속·석유화학·선박·섬유 등 9개 업종을 고탄소업종으로서 지정하는 등 'ESG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한은의 독려와 블랙리스트 지정에 따라 금융회사와 기업들의 EGS 대응 절차도 보다 속도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멘트·석탄발전·화학업체금융회사 블랙리스트 오르나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21년 3월 금융안정상황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국내 금융회사(은행·보험사·증권사·연기금 등)의 9개 고탄소업종에 대한 익스포져가 411조원으로 집계됐다. 금융회사가 이들 업종에 대한 대출액과 채권·주식 투자액을 모두 합친 금액이다. 2014년 말(375조원)과 9.6%(36조원) 늘었다. 지난해 말 금융회사의 고탄소업종 익스포저는 전체(2358조원)의 17.4%에 달하는 규모다.

한은 관계자는 "저탄소 정책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ESG가 확산되고 있지만 금융회사의 관련 대응은 미흡하다"며 "금융회사들이 고탄소업종에 대한 익스포저를 단계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이 지정한 고탄소업종은 ▲1차금속(철강업체 등) ▲석탄발전(화력발전업체 등) ▲비금속광물제품(시멘트업체 등) ▲화학물질·제품(석유화학업체 등) ▲코크스·연탄·석유정제품(정유업체 등) ▲기타운송장비제조(선박·항공기제조 업체 등) ▲금속광업(비철업체 등) ▲섬유제조업(방적업체 등) ▲금속가공제품(도금업체 등) 등 9개다. 한은은 산업연관표에 등재된 77개업종 가운데 산업별 직·간접 탄소배출량 지표(TVF) 등을 활용해 탄소배출이 높은 업종 9개를 선별했다.

금융회사별 익스포저를 보면 은행 251조원, 보험사 88조원, 저축은행·증권사·자산운용사 등 기타금융회사 54조원, 연기금 18조원으로 집계됐다. 2014년과 비교해서 은행 익스포저는 21조원 감소했다. 반면 기타금융회사·보험사·연기금은 58조원 늘었다. 비은행 금융회사의 ESG 대응이 특히 더디다.
익스포저를 상품별로 보면 대출 247조원, 주식 87조원, 채권 77조원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보면 화학물질·제품 제조업이 103조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중이 높은 석탄발전 91조원, 1차금속업이 59조원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ESG 외면, 리스크 커진다" 한은의 경고
한은은 금융회사들이 고탄소업종 익스포저를 줄이지 못할 경우 상당한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외서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이 더 험난해지는 것은 물론 ESG 정책 관련 리스크도 커질 전망이다. 노르웨이 국부펀드와 골드만삭스 등은 이미 ESG 데이터를 기반으로 투자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총매출의 25% 이상을 석탄화력 생산·제조에서 벌어들이는 기업을 올해 주식·채권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했다.

기업에 ESG 전략을 요구하는 행동주의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2019년 글로벌 에너지업체 주주총회에 올라온 기후변화 대응 관련 주주결의안은 75건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한국수출입은행 등 금융회사 일부가 최근 해외자금 조달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ESG 경영을 요구받았다"며 "ESG가 금융계 경영에 화두로 떠오른 배경"이라고 말했다.

한은도 ESG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23일 이주열 한은 총재가 "외화자산 운용액과 관련해서 ESG 투자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리겠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한은이 굴리는 400조원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으로 ESG 관련 채권 등을 사들이겠다는 뜻이다.
폐업 위기 자영업자 19만2000가구
사진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식당의 모습. 사진=뉴스1

사진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식당의 모습. 사진=뉴스1

한은은 금융안정상황보고서에서 폐업가능 자영업 가구(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초과 및 자산매각으로 부채상환이 어려운 자영업자 가구)가 작년말 19만2000가구로 지난해 3월말(8만3000가구)에 비해 2배가량 늘었다고 발표했다. 자영업 가구란 가구주가 자영업자인 가구를 말한다.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은 영향이다.

부도위기 기업(이자보상배이율 1배 및 차입금상환배율 5배 초과하면서 부채비율 200%를 넘어서는 기업) 비중은 지난해 말 전체 조사기업(2175개) 가운데 6.9%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2019년 말(7.8%)보다 0.9%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올해 말까지 이어져 올해 기업 총매출이 5.6% 감소할 경우 부도위기 기업 비중은 올해 말 8.1%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단기지표금리 상승으로 가계대출 평균이자금리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평균 0.08%포인트 증가했다. 이에 따른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액은 4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말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는 2279조3000억원으로 2019년 말보다 10.3% 늘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는 118.4%에 이른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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