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시, 전북함 이어 북한 잠수함·이승만 전 대통령 전용기도 정비

한 때 자치단체 간 유치 경쟁까지 벌어졌던 퇴역 함정이 관광지에서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귀한 관광자원에서 돈 먹는 하마 된 퇴역 함정…퇴출 수순
강원 강릉시는 강동면 안인진리 통일공원에 전시 중인 퇴역 함정 전북함 전시를 중단하고 반납하겠다고 최근 해군에 통보했다.

1944년 미국에서 건조한 3천471t급 전북함(길이 118.9m, 폭 12.5m)은 1999년 강릉시가 통일공원을 유명 안보 관광지로 조성한다며 무상 임대해왔다.

하지만 선박 연령이 76년인 전북함은 구조물 노후에다 안전 우려와 유지 보수비 증가로 강릉시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된 것이 현실이다.

전북함은 비가 오면 양동이를 받쳐 놓아야 할 정도로 부식돼 관리하기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실시한 정밀 안전진단 결과 전북함은 C등급 판정을 받았고, 난간 등은 노후해 지속적인 보수를 하지 않으면 관람객 안전사고 우려까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공원 운영비로 연간 6억원을 지출하는 강릉시는 전북함 유지 보수비로 매년 3억원 안팎을 추가로 쏟아붓고 있다.

시는 해군이 요구하는 도색비나 난간 보수 비용 등이 갈수록 늘어나는 데다 2014년부터는 찾는 관광객마저 계속 감소하자 반납하기로 입장을 최종 정리했다.

시는 다음 달 해당 부대를 방문해 반납하기 위한 실무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귀한 관광자원에서 돈 먹는 하마 된 퇴역 함정…퇴출 수순
강릉시는 통일공원 전시 중인 북한 잠수함과 이승만 전 대통령 전용기 등도 소유 기관에 반납하거나 정리할 방침이다.

시는 퇴역 함정 등을 정리하면 통일공원 일원을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관광 체험시설 등으로 정비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강릉통일공원 함정 전시관에는 전북함, 북한 잠수함, 북한 주민 탈출 목선 등이 전시돼 있다.

또 인근 통일 전시관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 전용기 등 항공기 7대, 장갑차와 곡사포 등 육군 전시물 6대, 위령탑 등이 있다.

퇴역 함정 등은 한때 자치단체들이 관광지에 배치하기 위해 해군에 '러브 콜'을 보냈던 귀한 몸이었다.

해군은 1999년 전북함을 강릉에 무상 임대하는 등 전국 9개 자치단체에 퇴역 함정 12척을 제공했다.

그러나 군사 시설물을 직접 관람하던 관광 추세가 변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면서 수학 여행객 등 단체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어지면서 상황은 180도 바뀌고 있다.

귀한 관광자원에서 돈 먹는 하마 된 퇴역 함정…퇴출 수순
경남 고성군은 2007년 해군군수사령부로부터 인수했던 수영함을 지난해 반납했다.

수영함은 1944년 미국에서 건조돼 2차 세계대전 당시 오키나와 상륙작전 등에 투입됐던 해군 상륙함으로 2005년 퇴역했다.

당항포 관광지에 전시했던 수영함은 2017년 안전진단 결과 시설 노후로 전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강릉시 관계자는 "북한 잠수함 침투 사건 이후 통일공원에 전시해온 전북함은 20년 정도 그 역할을 충분히 했다"면서 "관람객도 현저하게 줄고 철 구조물을 유지 보수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안전 문제 때문에 더는 전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