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체제 긍정 평가…경영진 견제 위해 박철완 사내이사 선임에는 찬성

금호석유화학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박찬구 회장과 조카 박철완 상무가 벌이는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박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박철완 상무의 사내이사 진입은 현 경영진 견제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해 찬성하기로 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탁위)는 이날 열린 제10차 회의에서 금호석유화학 주주총회와 관련, 모든 안건에서 박 회장 측에 찬성표 행사를 권고했다.

금호석유화학 2대주주 국민연금은 박찬구 회장 지지
국민연금은 박 상무의 주주 제안 중에서는 박 상무 사내이사 선임에 대해서만 찬성하고, 나머지 고배당과 이사회 구성 등 안건에는 반대했다.

수탁위는 이날 회의에서 금호석유화학의 호실적 등을 토대로 현 경영진의 성과를 높게 평가하고, 경영진이 새롭게 교체되면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상무의 사내이사 진입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부 엇갈렸지만 현 경영진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최대 주주인 박 상무가 사내이사로서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에 이어 2대 주주인 국민연금도 박 회장을 지지하면서 오는 26일 주총에서 박 회장의 경영권 방어가 좀 더 유리해졌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우선 나온다.

하지만 여러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이 엇갈리게 제시됐기 때문에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금호석유화학 2대주주 국민연금은 박찬구 회장 지지
세계 2위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는 배당,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분리 선임, 박 상무 사내이사 선임 등 안건에 대해서는 박 상무 편을 들었다.

글래스루이스는 사외이사에 대해서는 사측 후보에 좀 더 많은 찬성표를 던졌다.

국내 주요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모든 안건에서 박 상무 손을 들어줬다.

이밖에 미국 최대 공적연금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 세계 최대 국부펀드 노르웨이 중앙은행 투자관리청이 박 상무의 안건 대부분에 찬성했다.

국내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박 상무 사내이사, 박 상무 측 사외이사 3인 등에 찬성표를 권고했다.

자문사들의 보고서를 보면 박 회장 측 손을 들어준 자문사들은 박 상무의 급진적인 주주제안이 회사 경영의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라는 취지의 지적을 내놨다.

이와 달리 박 상무 측에 우호적인 자문사들은 박 상무의 제안이 기업·주주 가치 제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하고, 과거 박찬구 회장의 배임·횡령 행위 등에 있어 이사회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금호석유화학 2대주주 국민연금은 박찬구 회장 지지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이 있는 지분은 박 상무가 10%, 박 회장은 자녀 지분을 합쳐 14.84%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지분은 8.16%고, 소액 주주 지분이 50% 이상이다.

양측의 지분율 차이가 5% 미만이고 국민연금까지 박 회장 편으로 정리돼 마지막 캐스팅보트는 소액 주주들이 쥔 형국이다.

이날부터 남은 이틀간 박 회장 측은 '회사 안정'을, 박 상무 측은 '변화'를 강조하며 막판 표심 확보 대결을 치열하게 벌일 전망이다.

박 상무는 금호리조트 인수나 박 회장의 과거 위법행위 등에 대해 반발하는 소액 주주를 중심으로 우호 표심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