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무리한 목표치 설정에 車업계 강력 반발

전기차 판매비중 1~3% 불과한데
정부는 "올해 10%로 늘려라"
달성 못하면 최대 수천억 기여금
온실가스 규제와 '이중처벌' 우려

충전기 확충도 목표치보다 적어
"지원책 안 늘리고 기업들만 압박"
정부가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친환경자동차 판매 목표를 강제로 설정해 업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제시해놓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수백억~수천억원 규모의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다. 친환경차 판매를 늘리겠다는 정부 의도와 달리 한국 자동차산업에 타격을 줄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내수 10% 전기차로 채워야
환경부는 올해 및 내년 친환경차 판매 목표를 제시한 ‘2020년 연간 저공해차 보급 목표 일부개정 고시안’을 행정예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직전 3년 평균 판매량의 일정 비율(올해 18%, 내년 20%)을 저공해차로 채우지 못하면 벌금과 다름없는 기여금을 내야 한다. 기존 목표는 15%였다. 기여금은 2023년부터 부과된다.
전기차 보조금 11만대인데…16만대 못 팔면 벌금낼 판

올해는 무공해차(전기차 및 수소전기차) 판매 목표도 새로 설정했다. 올해 판매량의 10%, 내년엔 12%를 전기차 및 수소전기차로 판매해야 한다. 르노삼성자동차와 한국GM, 쌍용자동차 등 연평균 판매량이 10만 대 이하인 업체는 올해 4%, 내년 8% 기준을 맞춰야 한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기준이 비현실적이란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판매량을 기준으로 현대자동차의 무공해차 판매 비중은 3.1%였다. 기아(1.6%)와 르노삼성(2.0%), 한국GM(1.9%) 등도 턱없이 부족했다. 쌍용차는 지난해까지 무공해차를 한 대도 팔지 못했다.

르노삼성과 한국GM은 아예 국내에서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는다. 정부 기준을 따르려면 해외 공장에서 수입해 판매하는 차량 대수를 더 늘려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수입차량을 더 늘리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며 “친환경차 판매 확대라는 ‘좋은 의도’만 부각하다 보니 정책이 가져올 부작용을 생각하지 못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온실가스 규제까지 ‘이중 처벌’
저공해차 판매 목표제가 다른 친환경차 확대 정책과 충돌한다는 지적도 많다. 당장 전기차 보조금 제도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부는 올해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11만6000대에 국고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자동차업체들은 환경부 기준에 맞추려면 약 16만 대의 전기차 및 수소전기차를 팔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이 조기 소진되고 있는 현상과 테슬라 등 전기차업체가 보조금 일부를 가져간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실제 보조금을 적용받아 구매할 수 있는 전기차 대수는 더 줄어든다”고 말했다. 보조금 없이 전기차를 파는 게 불가능한 상황에서 정부가 벌금 부과 기준이 되는 판매 목표를 너무 높게 잡았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충전 인프라 구축 계획도 보급 목표와 어긋난다. 정부는 올해 전기차가 10만 대가량 늘어날 것으로 가정하고 충전기 확충 계획을 정했다. 가뜩이나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하소연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자동차 제조사에 전기차를 많이 팔라고 압박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친환경차 보급 목표 미달에 따른 기여금이 ‘이중 벌금’이라는 지적도 많다. 정부는 이미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을 못 맞춘 완성차업체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국가 단위로 친환경차 판매 목표제를 도입한 곳은 중국밖에 없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장은 “정부는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고 친환경차 생산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병욱/김일규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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