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는 2019년 2분기 창립 이래 첫 영업적자를 냈다. 온라인 쇼핑의 확산으로 대형마트를 찾는 소비자가 급감한 여파였다. 이마트는 컨설팅업계에서 해법을 찾았다. 베인앤드컴퍼니의 소비재·유통 부문을 담당하던 강희석 파트너를 새 대표로 영입한 것.

강 대표는 ‘감’이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략을 새로 짰다. 돈이 안 되는 패션 매장을 과감히 줄이고 신선식품에 집중했다. 신규 출점도 창고형 매장을 중심으로 진행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지난해 이마트는 사상 처음으로 매출 20조원(연결기준)을 돌파했다. 강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SSG닷컴 대표까지 겸임하며 이마트의 온·오프라인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전략통 컨설턴트' 속속 기업 CEO로…3·4세는 컨설팅社서 '후계수업'

코로나 구원투수로 나선 컨설턴트

컨설턴트를 ‘구원투수’로 기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디지털 전환,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영 환경이 급변하면서 외부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최근엔 기업으로 이직하는 컨설턴트의 직급이 높아진 점이 눈에 띈다. 실무를 담당하는 초급 임원이 아니라 미래의 사업 방향을 결정하는 부문별 최고책임자급인 ‘C레벨’의 자리를 맡긴다. 아예 이마트처럼 최고경영자(CEO)를 컨설턴트 출신으로 바꾸는 기업도 있다.

신세계와 함께 유통업계를 양분하고 있는 롯데그룹도 컨설턴트를 중용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롯데쇼핑 경영전략실장으로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출신 정경운 상무를 영입한 것이 신호탄이었다. 한 달 후인 11월엔 같은 컨설팅 회사 출신인 강성현 롯데네슬레코리아 대표를 롯데마트 사업부장(대표)으로 임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에서 컨설턴트 출신이 아니면 성공하기 힘들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며 “롯데의 온라인 채널인 ‘롯데온’의 수장 자리도 컨설턴트 출신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디지털 전환 열풍으로 특수를 맞은 정보기술(IT)업계 역시 컨설턴트의 영토다. 신기술을 잘 알고 발도 넓다는 강점 때문에 컨설턴트 CEO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글로벌 기업의 한국지사장 자리를 컨설턴트에게 맡기는 사례가 많다. 지난해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의 CEO가 된 이지은 대표(액센츄어)를 비롯해 송기홍 한국IBM 대표(딜로이트), 조범구 시스코코리아 대표(액센츄어), 이성열 SAP코리아 대표(PwC) 등도 컨설턴트 출신 CEO로 분류된다. 제조업체 중엔 맥킨지앤드컴퍼니(맥킨지)에서 경력을 쌓은 박흥권 한화종합화학 사장이 컨설턴트에서 시작해 대기업 CEO가 된 케이스로 꼽힌다.

미래전략도 컨설팅 출신이 담당

주요 대기업에서 미래전략을 수립하는 최고전략책임자(CSO) 중에도 컨설턴트 출신이 많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018년 취임 후 첫 인사에서 가장 먼저 영입한 인물로 알려진 홍범식 ㈜LG 경영전략팀 사장(베인앤드컴퍼니)이 대표적이다. 현대차에서 전략기술본부를 이끄는 지영조 사장(맥킨지), 포스코 신성장부문장으로 활약 중인 오규석 부사장(베인앤드컴퍼니) 등도 업계에서 손꼽히는 컨설턴트 출신 CSO다.

대기업 오너 3~4세들이 컨설팅 업체에서 경력을 쌓는 사례도 적지 않다. 산업과 경제의 ‘빅픽처’를 발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첫 직장으로 컨설팅 업체를 고른다는 분석이다. BCG 출신 중에는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홍정국 BGF 사장 등이 유명하다. 조현상 효성 부회장은 베인앤드컴퍼니, 구본권 LS니꼬동제련 상무는 액센츄어에서 경력을 쌓았다. 박세창 금호산업 사장은 커니에서 일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요즘처럼 산업 트렌드가 확 바뀌는 대전환기엔 이전에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할 인물이 필요하다”며 “내부 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식할 수 있다는 인물을 찾다 보니 컨설턴트들이 각광 받고 있다”고 말했다.

송형석/박동휘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