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의 에너지 부문 중간지주사인 GS에너지가 한국 기업 최초로 베트남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 사업에 나선다. 약 3조5000억원을 투자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GS는 LNG 직도입부터 전력 생산·판매, 발전소 운영까지 ‘LNG 종합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할 계획이다. 전력 사업 분야에서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트남 정전 사태 해소할까

GS에너지, 베트남 초대형 LNG발전소 짓는다
GS에너지는 베트남 남부 롱안에 3GW 규모의 LNG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해 운영하는 공식 사업자로 선정됐다고 22일 밝혔다. 전날 베트남 정부가 개최한 사업자 발표 행사에는 응우옌쑤언푹 총리, 쭝호아빈 부총리 등 정부 고위 관계자가 참석했다.

허용수 GS에너지 사장(사진)은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영상으로 메시지를 전했다. 허 사장은 “이번 사업자 선정에 정부의 신(新)남방정책 등 적극적인 외교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대한민국과 GS에너지의 높은 수준을 보여주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GS그룹은 현재 총 5.7GW의 발전용량을 보유한 국내 1위 민간 발전기업이다. 2019년 11월 베트남 최대 자산운용사인 비나캐피털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베트남 LNG발전 사업을 추진해왔다.

3GW는 원자력발전소 3기에 달하는 규모다. GS에너지는 1.5GW 규모의 LNG발전소 2기를 건설한다. 각각 2026년, 2027년 완공해 25년간 운영할 계획이다. 생산된 전력은 베트남전력공사에 판매한다. GS에너지는 LNG 도입부터 저장·기화 설비 운영까지 아우르는 ‘가스 투 파워 프로젝트’로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베트남에선 수요 급증에 따른 전력난이 심화하고 있다. 재작년 여름에는 순환정전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베트남 정부에 따르면 2025년까지 전력 공급난이 지속될 전망이다. 그동안 석탄발전소를 중심으로 전력을 생산했지만 베트남 정부는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석탄발전을 LNG발전으로 변경하는 연료 전환에 적극 나서고 있다.
GS에너지, 베트남 초대형 LNG발전소 짓는다

동남아 에너지 사업 본격화

GS그룹은 이번 베트남 프로젝트를 교두보로 삼아 동남아시아에서 에너지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GS에너지는 앞서 2015년엔 아랍에미리트(UAE) 육상생산광구 사업에 참여해 한국 유전 개발 역사상 단일 사업 기준 최대 규모의 원유 생산량을 확보했다. 2019년엔 UAE 탐사광구 개발에 성공해 상업생산에 들어가는 등 해외 시장 개척에 공을 들이고 있다. 허 사장은 “앞으로도 세계를 무대로 정유·석유화학, 자원개발, LNG 등 에너지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GS그룹의 다른 기업들도 베트남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GS칼텍스는 베트남 국영석유사와 주유소 운영 고도화 협약을 맺었다. GS25는 베트남 현지 기업과 합작해 50여 개 편의점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GS홈쇼핑은 베트남 전자상거래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주도한 허 사장은 고(故) 허만정 GS 창업주의 5남인 고 허완구 승산그룹 회장의 아들이다. 그는 2018년 말 GS에너지 대표에 올라 신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GS에너지는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GS칼텍스 지분 5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허 사장은 그룹 지주사인 ㈜GS의 지분 52.14%를 보유한 오너 일가 등 특수관계인 52인 중 가장 많은 5.26%의 지분을 갖고 있는 개인 최대주주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