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럭셔리 화장품 '뽀아레'

"왜 한국엔 세계적 명품 없나"
글로벌 패션·뷰티 브랜드 수입
성공·실패 거듭하며 벤치마킹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선보인 화장품 브랜드 ‘뽀아레’의 매장 콘셉트 사진. 뽀아레는 오는 25일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1호점을 연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선보인 화장품 브랜드 ‘뽀아레’의 매장 콘셉트 사진. 뽀아레는 오는 25일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1호점을 연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한국은 명품 브랜드 불모지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핸드백을 제조하는 시몬느, 명품 뷰티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는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제조 역량이 뛰어난 기업은 있지만 브랜드는 없다.

10년을 공들였다…신세계, '샤넬급 명품'에 도전장

‘한국에선 왜 샤넬 같은 명품 브랜드가 나오지 않을까.’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사진)을 비롯한 신세계그룹 경영진은 10년 전 이런 질문을 던졌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숙원 과제로 내걸었다. 수많은 패션·뷰티 명품 브랜드를 수입해 국내에 판매했다.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며 벤치마킹했다.

신세계그룹이 경험과 분석을 통해 도출한 명품 탄생의 필수 조건은 멀리 보고 투자하는 강력한 경영진의 의지, 단기 실적에 연연하기보다 브랜드 가치를 지키려는 철학, 마지막으로 풍부한 문화적 배경이었다.

최근 신세계그룹 경영진은 첫걸음을 뗄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 글로벌 K문화 열풍이 마지막 퍼즐 조각을 끼워맞췄다. 10년간 축적한 경험을 기반으로 21일 글로벌 명품 화장품 브랜드 ‘뽀아레’를 선보였다. 뽀아레를 “한국의 샤넬, 에르메스 같은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포부다.
25일 ‘뽀아레’ 1호점 문 열어
10년을 공들였다…신세계, '샤넬급 명품'에 도전장

신세계그룹은 오는 25일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뽀아레 1호점을 연다. 신세계그룹의 패션·뷰티 담당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SI)이 사업을 맡았다. SI는 ‘아르마니’ ‘알렉산더왕’ ‘크리스찬루부탱’ ‘마르니’ ‘메종마르지엘라’ ‘스텔라맥카트니’ 등 유명 브랜드를 10년 넘게 운영한 명품 전문 계열사다.

신세계그룹의 명품 도전 역사는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신세계백화점의 해외패션사업부가 아르마니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이 해외사업부는 1996년 신세계인터내셔날이란 법인으로 독립했다. 2000년 국내 첫 명품 편집숍인 ‘분더샵’을 선보이고 다양한 해외 명품 브랜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2011년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국내 최초 남성 전문 명품관도 열었다.

글로벌 명품을 키우는 꿈을 구체화한 건 2015년. 1900년대 샤넬과 함께 프랑스 상류사회 복식 문화를 이끌었던 폴 뽀아레를 인수했다. 폴 뽀아레는 여성을 코르셋으로부터 해방시키고 세계 최초로 향수를 선보인 혁신적인 브랜드다. 창업자이자 패션 디자이너인폴 뽀아레는 ‘패션의 왕’ ‘패션계의 피카소’로 불렸다. ‘한국의 샤넬’ 같은 명품 브랜드로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하기 위해 신세계그룹은 폴 뽀아레의 역사와 전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한국의 샤넬로 키울 것”
10년을 공들였다…신세계, '샤넬급 명품'에 도전장

SI는 화장품 사업을 키우며 축적한 제조와 마케팅 노하우를 뽀아레에 적용했다. SI는 자체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 ‘연작’ ‘로이비’와 해외 브랜드 ‘딥티크’ ‘바이레도’ ‘산타마리아노벨라’ 등의 국내 판권을 갖고 있다. 지난해엔 6성급 호텔 스파에서 사용하는 최고급 스위스 뷰티 브랜드 ‘스위스퍼펙션’을 인수했다. 세계 1위 색조화장품 제조업체인 이탈리아의 인터코스와 합작법인을 세우고 제조 노하우를 흡수하기도 했다.

SI 관계자는 “패션과 뷰티의 본고장인 프랑스 감성과 100년 넘는 역사와 전통,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제조 노하우와 마케팅 감각까지 더하면 충분히 글로벌 명품 뷰티 브랜드를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뽀아레의 핵심 가치는 디테일에 있다. 패션 디자이너 폴 뽀아레는 아주 작은 디자인 하나를 놓고도 수없이 많은 수정을 거쳤다. 폴 뽀아레가 샤넬과 견줄 만한 명품 브랜드로 성장한 비결이었다. 뽀아레는 이 철학을 계승해 원료뿐 아니라 화장품 용기, 겉포장(패키지)까지 일일이 공을 들였다. 스킨케어 제품엔 최상급 원료만 넣었고, 겉포장은 골드 색상에 가죽의 질감을 입혀 고급스러움을 극대화했다. 가격대는 에르메스 뷰티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했다. 립스틱이 8만2000원, 세럼 22만~68만원, 크림이 22만~72만원대다.

SI는 프랑스 파리에 뽀아레 매장을 열기 위해 현지 파트너사와 논의 중이다. 또 최대 화장품 시장인 미국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명품 색조 화장품 수요가 많은 중동과 럭셔리 브랜드를 선호하는 중국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국내에선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이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센텀시티점 등 주요 백화점에 순차적으로 입점할 계획이다.

이길한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스메틱부문 대표는 “뽀아레를 통해 세계 명품 브랜드와 경쟁하는 글로벌 뷰티 명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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