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현대차의 서울 용산 원효로 사옥에 처음 전시된 아이오닉 5./ 사진=뉴스1
지난 17일 현대차의 서울 용산 원효로 사옥에 처음 전시된 아이오닉 5./ 사진=뉴스1
지난 5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선 차세대 전기차 아이오닉 5 테스트카의 생산라인 투입 여부를 놓고 노사가 몸으로 맞서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발생했다. 아이오닉 5 양산라인에 투입할 인력 규모(맨아워·man hour)에 대한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 사측이 테스트카를 투입하자 노조가 라인을 멈춰 세운 것이다.

전기차는 부품 수가 내연기관차보다 30%가량 적다. 그만큼 생산 인력을 줄일 여지가 있다. 그러나 노조는 인력이 감소하면 노동 강도가 더 세질 것이라며 양산에 앞서 실력행사에 나섰다.

수소전기차, 전기차가 완판 행진을 이어가는 등 친환경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내연기관차 시대 기득권층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가만히 있다가는 ‘밥그릇’을 뺏길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변화를 거부하면 치열한 글로벌 미래차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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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생산부터 노조 반발

전기차는 생산 단계부터 기득권을 지닌 노조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밤샘 회의 끝에 10일 새벽 아이오닉 5에 대한 맨아워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예상보다 한 달가량 늦어졌다. 인력 축소에 노조가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지난 1월 말에도 아이오닉 5 테스트카 생산라인을 세운 바 있다.

아이오닉 5 양산을 둘러싼 노사 간 마찰은 일단락됐지만, 비슷한 갈등은 다시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올해 출시될 기아 EV6와 제네시스 JW(프로젝트명)도 생산라인 투입 인력과 관련해 노사 간 마찰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전기차 전용 라인 등 미래차로의 전환을 위해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도입, 생산성과 불량률 관련 빅데이터 축적을 구상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스마트팩토리 기술 도입으로 생산직 개개인의 역량 차가 드러날 것을 우려한 노조의 반대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 전기차 판매는 꿈도 못 꿔

전기차는 판매 단계에서도 영업 기득권층의 저항을 받고 있다. 기아가 오는 7월 EV6 출시를 앞두고 온라인 예약을 도입하려 하자 영업직이 반발하고 나섰다. 기아 노조는 지난 17일 “온라인 예약은 온라인 판매로 확대돼 영업직에 심각한 고용 불안을 야기할 것”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홈플러스가 1일 마트 매장에서 르노삼성차의 전기차 ‘조에’ 등을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뒤 르노삼성차 영업직이 반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판매 채널을 넓히면 기존 영업직의 일감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입차 업체들은 이미 온라인에서도 차량을 판매하고 있다. 테슬라는 아예 100% 온라인으로만 차량을 판매해 지난해 국내에서 1만 대 이상의 실적을 올렸다. 전기차 부문 1위였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도 국내에서 온라인 판매를 늘릴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온라인 채널 강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이러다간 국산차가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기화물차까지 반대하는 기득권

기득권층은 전기차 운행 부문에서도 ‘태클’을 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달 19일 전기화물차에도 운수업 신규 허가를 내주지 않는 내용의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현행 화물차법은 사업용 화물차 과잉 공급을 막기 위해 모든 화물차의 신규 허가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1.5t 이하 전기화물차에 대해서는 2018년 11월부터 예외적으로 허가를 내주고 있다.

국토위 소속 의원들은 개정안을 밀어붙이면서 “전기화물차가 늘면 영세 운송업자의 생계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원들의 속내는 기득권을 가진 기존 사업자들의 ‘표’ 때문이라는 게 업계 지적이다. 의원들은 영세 화물 운송업자를 내세우지만, 그 뒤엔 40만 명 가입자의 민주노총 화물연대가 있다는 것이다.

충전소도 마찬가지다. 제주도엔 수소차가 한 대도 없다. 수소충전소가 없어서다. 기술적인 문제도 있지만 수소충전소 설립이 매출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는 지역 LPG차 충전업계의 반발도 영향을 미쳤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차 시장이 성숙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에서 기존 업계의 반발과 저항을 넘어야 한다”며 “상생을 위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갈등만 키운다면 미래차 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규/도병욱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