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지표 개선돼도 세부 지표간 격차…피해업종 계속 부진할 수도"
숙박음식 고용늘고 '보복소비'도…바닥다진 경기, 회복흐름 탈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미끄러진 경기가 바닥을 다지고 반등할 조짐을 보인다.

21일 각종 경제 지표를 보면 수출 개선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억눌렸던 소비도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대면서비스업 고용은 1년 전보다는 줄었으나 전월 대비로 보면 늘었다.

다만 전체 지표 개선에도 업종별·부문별 회복 속도가 달라 현장에서 피해 계층이 겪는 어려움은 여전히 크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커지면 회복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 거리두기 완화·백신 기대감에 소비 반등…'보복소비' 가속
2월 수출은 1년 전보다 조업일이 3일 적었는데도 9.5% 증가하며 4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일평균 수출액은 23억 달러로 같은 달 기준으로 가장 많았다.

이런 가운데 3차 대유행으로 주저앉았던 소비도 일부 살아나고 있다.

카드 국내승인액은 12월(-3.9%)과 1월(-2.0%) 두달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를 끊고 2월 8.6% 증가로 돌아섰다.

2월 백화점 매출액은 39.5% 늘어 정부가 모니터링을 시작한 2005년 이후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달에도 첫 주말인 5∼7일 현대백화점 매출이 작년 3월 첫 주말보다 109.8% 늘고 롯데백화점에서 94% 늘어나는 등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뛰어넘은 것으로 분석된다.

할인점 매출액(24.2%), 온라인 매출액(9.5%)도 1년 전보다 늘었고 소비자심리지수(CSI)도 97.4로 1월(95.4)보다 상승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일부 완화와 포근한 봄 날씨, 백신 효과에 대한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쳐 소비가 반등한 것으로 보인다.

'보복소비'도 가속하고 있다.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여전히 400명대를 맴도는 상황이지만, 그간 코로나 시국에 대한 '학습효과'로 소비 타격의 폭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숙박·음식점업 취업자, 전월 대비 10만명 가까이 증가

2월 고용은 '최악' 수준이었던 1월보다는 개선된 모습이다.

1월 전년 동월 대비 98만2천명에 달했던 취업자 감소폭이 2월에는 47만3천명으로 축소됐다.

아직도 1년 전과 비교하면 취업자 감소폭이 크다.

다만 계절조정 수치로 전월과 비교하면 고용 개선 가능성이 일부 보인다.

2월 계절조정 취업자는 1월보다 53만2천명 늘었다.

1999년 6월 통계 작성 이래 최대 폭이다.

1월 고용 충격이 워낙 컸던 데 대한 기저효과를 고려하더라도 상당한 수준이다.

특히 코로나19 타격이 집중된 대표적 대면서비스업인 숙박·음식점업 취업자가 전월 대비 9만8천명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

2013년 2월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폭이다.

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지난해 12월(-12만9천명), 올해 1월(-6만명) 두달 연속 전월 대비 감소하다가 2월 반등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월 고용시장의 어려움이 눈에 띄게 완화된 모습"이라며 "고용시장 개선은 방역 여건 개선으로 대면서비스업 고용이 빠르게 회복한 것이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정부의 공공 일자리 사업도 2월 고용 일부 개선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공공 일자리 사업 효과가 반영된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 취업자는 전월 대비 각각 21만2천명, 8만3천명 증가했다.

◇ "회복세 맞지만 전반적인 지표와 세부지표 간 격차 커"

이처럼 경기가 바닥을 다지고 반등을 시작했다는 신호가 일부 있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신중한 모습이다.

특히 전체적인 지표가 개선되더라도 부문별·업종별로 회복 속도가 다르다는 점과 기저효과 영향 등에 유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경기가 일단 최악을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저점은 지난 것 같다"며 "완전히 정상화되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회복되는 추세는 맞는다"고 말했다.

다만 "대면서비스업, 관광, 항공 등은 여전히 좋지 않다"며 "고용 회복은 더디게 갈 것으로 보이고 소비도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실제로 회복이 된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조덕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회복세는 맞지만 전반적인 거시 지표와 각각의 세부지표 간 격차가 커진 상황은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구재 소비는 크게 늘고 비내구재 소비는 감소하는 등 지표별 대비가 커진 상태인데 전반적인 지표가 좋아지더라도 코로나19가 계속되는 한 직접적으로 피해를 받는 업종은 계속 부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외 백신 접종 시작으로 향후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코로나19 재확산은 여전히 큰 변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작년 여름에 확진자가 늘어 경기가 타격을 입은 것처럼 여전히 방심해선 안 되는 상황이다.

방역이 가장 중요하다"며 "재확산으로 확진자가 늘고 거리두기 단계가 올라가면 심리적 불안감이 커져 대면서비스업 관련 지표가 다시 주저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