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우유업계는 암울했다. 코로나19 사태는 저출산과 원유 가격 인상이라는 악재에 빠진 우유업계를 초토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실제로 학교 급식은 반토막 났고, 카페들도 속속 문을 닫았다. 우유 소비량은 급감했다.

1년 뒤 성적표는 뜻밖에 ‘A+’다. 유업계 1위 서울우유, 2위 매일유업과 가공유업계 1위인 빙그레는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내며 ‘반전 드라마’를 썼다. 최악의 위기를 기회로 만든 세 회사의 공통점은 ‘과감한 속도전’. 주요 매출원인 급식시장은 줄었으나 가정간편식(HMR)과 건강기능식품 등 신제품을 출시하고 유통채널 다변화와 해외시장 확대 등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서울우유가 변했다

망했다던 우유업계 '반전 실적' 비결은…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7% 증가한 1조7548억원이었다. 영업이익도 6.25% 늘어난 595억원을 기록했다. 83년 조합 역사상 최대 실적이다. 서울우유는 국내 우유 시장 점유율이 42.5%다. 전체 학교급식 시장에선 50%를 차지하고 있다. 주요 매출원인 학교급식이 줄면서 상반기 매출이 60% 이상 감소했다. 그러나 하반기 코로나19 충격을 만회했다. 그 비결은 B2B(기업 간 거래)에서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로의 빠른 전환이었다.

서울우유는 흰우유 프리미엄 브랜드 ‘나100%’로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오프라인 채널은 물론 온라인 채널까지 빠르게 확장했다. ‘나100샵’ 등 자체 온라인몰에서 이벤트를 벌이고, 광고 마케팅도 강화했다. 가공유 부문에선 신제품을 쏟아냈다. 흑임자우유·귀리우유·달고나우유·살롱밀크티 등 가공유 라인업을 강화하고, 컵커피 신제품 ‘서울우유 강릉커피’를 내놨다.

국산 원유를 사용한 치즈 신제품 ‘나100% 자연숙성치즈 마일드체다’도 출시했다. 집에서 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을 내놓고 온라인 전용 상품도 선보였다. 서울우유의 역사를 재해석한 레트로 굿즈도 SNS에서 화제를 모았다.

매일 “우유만 팔아선 안 된다”

유업계 2위 매일유업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4.9% 늘어났다. 1조4621억원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흰 우유 소비 감소 추세에 대비해 신제품 개발에 집중한 결과다.

컵커피 1위인 ‘바리스타룰스’는 지난해 디카페인 커피와 민트라임 라떼 등의 신제품을 내놨다. 국내 프로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셀렉스’ 브랜드는 밀크 프로틴바, 코어프로틴, 식이섬유가 든 셀렉스, 피부 관리에 좋은 밀크세라마이드 등으로 확장했다. 지난해 매일유업은 1개 브랜드를 신설하고, 15종의 신제품을 내놨다.

채널도 다각화했다. 매일유업은 네이버 ‘쇼핑라이브’를 지난해 60회 송출했다. 11번가의 ‘라이브11’,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 등에 전사적으로 나섰다.

빙그레 작년 신제품만 101개

가공유 제품에선 빙그레가 압도적인 성장을 일궈냈다.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9.1% 늘어난 9591억원을 기록했다. 빙그레는 ‘빙그레우스’ 캐릭터를 자사 제품 마케팅에 활용해 SNS에서 식품업계 최다 구독자 수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신제품 수만 101개. 전년보다 25% 많다.

빙그레는 요플레, 닥터캡슐, 바나나맛우유, 아카페라 커피 등 핵심 브랜드를 다양한 맛과 향으로 확대 출시했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빙그레는 빙과 사업 부문 시너지와 기존 제품들이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올해 ‘1조 클럽’ 가입이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