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협의회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자리를 권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 총리,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 대표 직무대행,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국회사진기자단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협의회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자리를 권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 총리,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 대표 직무대행,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국회사진기자단
신도시 지역에서 땅을 사들인 투기 의심 공직자가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지난 11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만 20명이 적발된 데 이어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공기업에서도 23명이 추가로 확인됐다. 여기에 대통령 경호처 과장급 직원 1명도 LH에 근무하는 형의 배우자와 함께 신도시 지역에서 토지를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이마저도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직자의 가족·친인척 등을 통한 차명 거래는 조사를 못했고, 여야가 합의한 국회의원 전수조사 역시 착수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광명에서만 투기 의심 직원 10명

공직자 신도시 투기 의혹을 조사하는 정부합동조사단은 3기 신도시 관련 지자체 개발업무 담당공무원 및 지방 공기업 직원 8653명을 조사한 결과, 투기 의심자 23명을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투기 의심자는 광명 10명, 안산 4명, 시흥 3명, 하남 1명 등 지자체에서 18명 나왔다. 지방공기업에서도 부천도시공사 2명, 경기·과천·안산도시공사 각각 1명 등 총 5명을 찾아냈다.
땅 투기의심 공직자 23명 또 드러나…"이마저도 '빙산의 일각'"
이들은 3기 신도시 후보지 발표 5년 전인 2013년 12월 이후 3기 신도시 6곳과 100만㎡ 이상 대규모 택지인 과천 과천지구, 안산 장상지구 등 8곳에서 토지를 취득한 적이 있었다. 23명이 소유한 토지는 총 32필지다. 농지가 19필지, 임야 2필지, 기타가 11필지였다. 최창원 국무조정실 1차장은 “4개 필지를 갖고 있는 직원이 1명 있었고 2개 필지를 보유한 사람도 6명이었다”고 말했다.

해당 지역에서 땅을 산 직원이 5명 더 있었지만, 이들은 가족 간 증여로 추정되는 거래여서 투기 의심자로 분류하지 않았다.

토지 거래 이외 3기 신도시 개발지구, 인접 시가지 등에서 주택을 매입한 직원도 237명 확인됐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주택 거래는 대부분 직원들의 아파트, 빌라로 투기 여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해 수사 참고자료로 특별수사본부에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 대상은 총 8780명이었지만 127명은 개인정보 제공을 거부해 조사를 못했다. 정부합동조사단은 이들 명단을 경찰이 주도하는 특별수사본부에 통보할 예정이다. 투기 의심자 23명은 특별수사본부에 수사를 의뢰했다.

○투기 의심자 0.1~0.3% 그쳐

대통령 경호처 직원도 신도시 땅을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 수석은 이날 “대통령 경호처 4급 과장 1명이 LH에 근무하는 형의 배우자, 어머니 등 가족과 함께 광명시 3기 신도시 지역의 토지 413㎡를 매입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2002년부터 대통령 경호처에서 근무했다. 땅을 산 시점은 2017년 9월이다. 해당 직원은 조사 과정에서 “부모님 부양을 위해서 공동 명의로 샀다”고 해명했다.

정 수석은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과 위법성 판단을 위해 특별수사본부에 해당 직원에 대한 자료를 넘기겠다”며 “자체적으로는 지난 16일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고 했다.

청와대 행정관급 이하 직원 본인과 배우자 및 직계가족에 대한 토지거래내역 전수조사 결과에선 투기 의심자가 한 명도 확인되지 않았다. 정 수석은 “신도시 지역 토지 거래 사례 세 건을 확인했지만 공적 지위 또는 정보를 이용한 거래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두 건은 신도시 개발계획 공람일로부터 5~10년 이전의 토지 매입 거래로 조사 대상은 아니다. 나머지 한 건은 직원 본인이 2007년부터 14년째 거주 중인 사례였다.

○‘셀프조사’ 한계는 여전

정부가 투기 의심 공직자를 20명 넘게 추가로 찾아내긴 했지만 ‘셀프조사’의 한계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조사는 공직자 본인만을 상대로 한 것으로 이들의 가족·친인척 등 차명 거래는 전혀 검증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조사 인원 중 정부가 확인한 투기 의심자 비중은 LH·국토교통부는 0.1%, 지자체·지방공기업은 0.3%에 그친다. 최 차장도 “공직자 본인만 조사하다 보니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민의 의혹을 불식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조사 결과”라며 “차명거래와 국회의원 등에 대한 수사·조사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서민준/강영연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