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 PEF썰전-2021 PE 엑시트의 '지잘공'은?
벌써 2021년 1분기가 마무리되고 있네요. 올 들어 가장 뛰어난 PE 엑시트 사례를 꼽아본다면, H&Q Korea의 잡코리아(Job Korea) 매각일 것입니다. 2015년 글로벌기업 몬스터로부터 경영권인수 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을 두 배 이상으로 키워냈고, MoE (Multiple of Equity)는 무려 8배 이상이라고 합니다. 모두가 부러워할 인생투자(life time investment)이지요. 여기서 주목해볼 것은 막판까지 치열하게 경쟁했던 유력후보들 모두 국내외 PEF 운용사들이었고, 최종 승자는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였습니다.

PEF들 간의 경영권 거래 즉, FI들 간의 손바뀜 거래를 세컨더리 딜이라고 합니다(엄밀하게는
펀드 내 투자자 지분을 거래하는 LP 세컨더리 딜과 구분하기 위해 Direct Secondary Deal이라고 함). 2004년 관련 법 개정 이후 태동한 한국 PEF 시장에서 몇 년 전까지 세컨더리 딜 활동은 매우 저조했습니다.

"남은 가치가 있나?" 냉랭한 시선 받던 세컨더리 딜

“Exit하는 펀드(A Fund)가 먹을 만큼 다 뽑아 먹었을텐데 남는 게 있을까?”
“새로 인수하는 펀드 (B Fund)가 이미 대상기업을 경영해 본 A Fund보다 더 잘 할 수가 있을까?”
“혹시 투자에 실패하면 B Fund에 돌아갈 책임과 수모를 견딜 수 있을까?”
“A Fund의 투자자들(LP)은 좋겠지만 그것을 받아주는 B Fund 투자자들은 호갱님인가?”
“A Fund와 B Fund 모두 출자한 LP들은 수익실현인가 아니면 폭탄돌리기인가?”

세컨더리 딜이 저조했던 것은 이런 의문이 자연스럽게 제기되기 때문입니다. 시장 초기여서 냉정한 판단보다는 이런 심리적인 요인들이 걸림돌이었습니다.

인수기업 검토 시 투자심의위원회에서 회수경로로서 명확한 인수후보 기업이 없고 Secondary Deal로 PE에 팔겠다고 하면, 참석 위원들의 냉랭한 지적을 받곤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세컨더리 거래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세컨더리 딜 활성화의 동력은 차별화된 가치창출 역량

운용사별 ‘블라인드 펀드’(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고 자금을 먼저 모은 펀드) 설정이 늘면서 역대급 드라이파우더(미소진약정액), 그리고 PEF 보유자산이 늘었지만 엑시트 수단이 제한적인 시장 상황이 한 몫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을 뉴 노멀(New Normal)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저는 18년차를 맞은 한국 PEF시장 성장 또는 산업진화 단계상의 지극히 정상적인 '노멀'이라고 보고 싶습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PEF 운용사들의 경험이 쌓여가면서 심리적인 저항을 뚫어낼 수 있는 실력, 특히 value creation 전략을 차별화하는 역량을 쌓았기 때문입니다.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전략이 어떤 하나의 즉 유일한 해법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듯, A Fund에서 잘 성장시켜 놓은 회사를 새로 인수하는 B Fund에서 보다 차별화된 방법으로 성장시킬 계획이 있고 자신감이 있기에 거래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더불어 세컨더리 거래의 좋은 결과들이 나오면서, 그간 터부시 했던 투자자(LP)들의 걱정도 많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한국거래소 상장사가 된 전자소재 기업 테이팩스의 예를 보면, 2010년 창업주주에서 JKL파트너스로, 2013년 JKL에서 스카이레이크, 2016년 스카이레이크에서 한솔-아주IB투자 컨소시엄으로 세 번의 경영권 거래가 있었고, 매번 각기 다른 전략으로 기업가치를 상승시킨 대표적인 세컨더리 딜입니다.

세컨더리 거래의 유형들

세컨더리 딜이 활성화 됨에 따라 다양한 거래유형이 나타나고 있는데, 그 투자논거(deal thesis)를 아래와 같이 살펴보겠습니다.

(1) 해외지역 확장
Global/Regional 펀드가 인수하여 해외로 사업확장을 하는 경우입니다. 어피니티가 VIG파트너스로부터 버거킹코리아를 인수한 후 일본으로 프랜차이즈를 확장한 사례, Global PEF인 TA Associates가 공차코리아를 인수하여 글로벌 확장을 추진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2) 시장통합(Consolidation)
기업형 웨딩업체인 “더채플”을 보유한 에버그린이 유니슨캐피탈의 웨딩포트폴리오 아펠가모를 '볼트온' 인수하여 수도권 시장지배력을 확대한 거래가 한 예입니다.

(3) SI와 함께 사업모델 확장
KTB PE의 특장차 제조업체 전진중공업을 PEF인 웰투시가 자동차 전장업체 모트렉스와 컨소시엄을 이루어 인수한 거래가 대표적입니다.

(4) VC to PE
다수의 벤처캐피털 지원을 받고 성장한 스타트업이 다음 단계의 성장을 위해 경영권을 PEF에 넘기는 유형입니다. 프랙시스캐피탈이 인수한 C2C 중고거래플랫폼 번개장터가 그 예입니다. 이런 경우 경영권 인수를 위한 구주거래와 성장자금 투입이 병행하는 패턴을 보이곤 합니다.

(5) Asset class 교체
성숙기에 진입한 기업으로 장기간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예상되는 경우 인프라펀드가 해당자산을 편입되는 거래입니다. 앵커에쿼티 보유 폐기물처리업체 이에스지를 KKR 인프라펀드가 인수한 사례, MBK파트너스의 대성산업가스를 맥쿼리가 인수한 사례가 이에 해당됩니다. 인프라자산의 기대수익률은 바이아웃펀드의 요구수익률보다 높지 않기 때문에 상호간 가격협상에 용이한 측면도 있다고 합니다.

(6)기타
그 외에도 대형운용사에서 피투자회사 관리를 담당했던 임직원이 독립하여 설립한 신생운용사가 해당 회사를 인수해 가는 사례들도 있습니다. VIG에서 독립한 이상윤 대표의 A2파트너스가 인수한 삼양옵틱스, 스카이레이크에서 독립한 고영만 대표의 에이스에쿼티파트너스가 인수했던 우진기전이 이에 해당됩니다.

PE 세컨더리 딜의 장점

PE세컨더리 딜의 장점은 선수들 간 거래이다 보니, 그 절차 및 협상 방법에 있어 상호 예측
가능성이 높고 거래가 속전속결로 이루어지곤 합니다. 막판에 가서 “회장님 생각이 바뀌신 것
같습니다” 같은 얘기는 좀처럼 듣기 어렵지요. 장사 한번하고 말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호간의 신뢰를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PE들은 핵심사업을 강화하고, 정말 잘 될 수 있는 몇 가지 추진과제만 집중 실행하여 기업가치를 높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업을 새로 연구해서 투자결정을 해야 하는 인수자 입장에서도 회사를 이해하는 데 보다 용이합니다. 즉, 대상회사는 다각화된 사업을 영위하기 보다는 특정영역에 집중된 Pure Player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PE는 motivated seller입니다. 종국에는 매각해야 하는 기업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인수를 위한 접근이 쉽습니다(눈치보고, 예의 차릴 필요없이 매각 의향 있는지 그냥 물어보시면 됩니다(필자에게는 매년 초가 되면 어김없이 연락주셔서 안부인사와 함께 올해는 뭘 팔 것인가 물어보시는 업계 선배님이 있습니다). 한편, 매각을 염두에 두고 경영하기 때문에 선제적 리스크매지니먼트는 필수입니다. 그렇기에 인수실사 도중 중대한 회계 또는 법률적 이슈, 기타 우발채무가 발견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마지막으로 PE 보유기업은 대체로 명확한 성과보상 체계를 갖추고 있고, 이에 따른 결과중심적이고 책임경영에 익숙한 경영진이 많습니다. 새로운 인수자가 달성하고 싶은 재무목표에 대한 합의만 이루어진다면, 몇 번이고 다시 달릴 수 있게 준비된 Talent Pool을 얻을 수 있습니다.

기업에 계신 CFO님들도 언제일지는 알 수 없으나, 언젠가는 매물화되는 운명의 PE 보유 회사들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고, 미래 성장의 아이디어를 얻어보시길 바라며 오늘의 PEF 썰전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