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 Design Thinking으로 재설계하는 한국 사회와 경제
디지털 혁신의 시대를 맞아 한국의 사회·경제적 교착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와 경제의 거래구조를 과감하게 재설계하는 ‘Design Thinking’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물리적인 외양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사회와 경제의 모습을 설계하자는 것이다.

시민이 중심에 있는 거래구조가 설계돼야 하며, 디지털 신기술인 정보통신기술(ICT)과 엔지니어링은 도구다. 사람과 사회를 탐구하는 행동과학과, 이를 공공부문에 적용할 서비스 디자인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사회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과 아이디어들이 디지털 신기술과 함께 밀려들고 있다. 기술의 발전을 행동과학과 서비스 디자인으로 녹여 새로운 거래구조를 만드는 시도가 활발해져야 한다. ‘공공과 민간을 융합한 사회와 경제구조=과학기술+행동과학+서비스디자인’ 공식을 사용해 사람을 중심으로 기술을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 사회와 경제가 선순환하며 발전하도록 만드는 역동적 설계가 필요하다.

예컨대 우리가 이미 아는 몇 가지 사실을 조합해 볼 수 있다. 첫째 디지털 신기술 중 인공지능 스피커와 공공 배달앱을 쉽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둘째로는 독거노인과 결식아동 등 복지취약층이 사는 골목엔 더 많은 사회복지사와 자원봉사자의 활동이 필요하다. 셋째로 지자체가 시민을 위한 인공지능 교육을 하고 제한된 예산으로 복지 바우처를 나눠주는 등 정책을 집행한다는 사실이다.

이들을 조합해보면 인공지능 스피커로 결식아동의 문제 해결을 알리고, 자원봉사자들이 공공 배달앱을 활용해 독거노인과 결식아동을 방문하는 등 사회복지사의 빈자리를 대신하는 것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지자체는 복지예산이 제한적이라도 자원봉사자들에게 충분한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마련할 수도 있다. 선행을 선순환시키기 위해 골목 빈집에 스타트업 오피스를 마련하면, 에너지 넘치는 지역 크리에이터들이 그 곳에서 민간의 다채로운 경제활동으로 이어갈 수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골목에 새로운 기회가 차고도 넘칠 수 있음을 자주 목격한다.

이 같은 모델이 활성화된다면 지자체의 행정부담과 예산사용 효과성 측면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앞서 설명한 평범한 사례 하나에서 결식아동 복지, 독거노인 헬스케어, 골목 빈집활용, 정주인구 혹은 기업활동 증가, 치안유지, 청년창업,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화폐 인센티브, 골목상권과 재래시장의 유입인구 증가,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협업, 스타트업 투자 유인 등 수 많은 효과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다양한 복지, 보건, 경제 정책들이 한 묶음의 따뜻한 광주리로 엮이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의 한 예다. 복지정책을 수행할 인원이 없어 행정부담을 걱정하던 지자체의 일손을 덜어주고 예산효율성을 높인다. 창의적 기업가를 거치면서 자연스레 지역경제 성장의 씨앗이 뿌려진다.

공공과 민간을 융합한 사회와 경제구조의 설계는 새로운 이해관계자에 접근성을 제공하고, 그들이 정주하는 공간에 따뜻함을 유인하는 행동과학을 반영해야 한다. 게이미피케이션 시나리오를 통해 도시의 교착된 문제들을 해결하는 공공 서비스 디자인을 구상할 수 있다.

분야가 달라도 공식은 동일할 수 있다. 반복재생산성이 높은 디지털 도구를 어떻게 설계해서 사용하느냐에 따라 여러 분야의 교착된 문제를 풀 수 있다. 연결, 조합, 융합적 설계를 통해 복지효과와 경제효과 지속력이 높은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다. 미래 첨단제조를 위한 플랫폼과 데이터 확보, 스마트팩토리와 디지털전환연대(산업밸류체인 연결), 자율주행차의 차량·사물간 통신(V2X) 인프라,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 관제센터OS 기반 지자체 행정 구독서비스, 민간 자동차 협력사의 디지털 기반 신성장동력 발굴 등 산업 전반에서 활발한 합종연횡 설계작업이 일어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B2C와 B2B를 겸하는 공공 인프라기업의 마이데이터 사업, 한국무역정보통신(KTNET)과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의 글로벌 밸류체인 기반 미래 데이터생태계 조성도 마찬가지다. 이같은 결합의 원리는 동일하거나, 상당히 비슷하다.

산업과 경제의 역동성을 부여하는 신성장동력과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성장기회를 육성하려면 어떤 설계가 필요할까. 사회와 경제의 거래구조는 어떤 모양으로 재설계되어야 할까. 어떤 생태계를 정의하고 Design Thinking을 통해 어떤 거래구조를 설계할 것인지, 행동과학 기반으로 어떻게 지속가능성을 만들 것인지에 따라 한국 사회와 경제의 미래지형이 달라진다.

변화의 방향이 긍정적고 선순환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는 기업가정신의 활성화 여부다. 기업가정신이 투철한 창업가들이 자발적으로 몰려들어 새로운 산업이 탄생하며, 긍정적 선순환이 만들어지는 정책 포트폴리오를 상세 설계하는 것이 정부와 룰메이커의 역할이다. 디지털신기술, 행동과학, 서비스디자인을 입체적으로 활용하는 간결하고 아름다운 설계자가 등장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