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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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가 추진하는 농어민 보편지원금 지급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안일환 기재부 2차관은 "경기 부양에 100조원 재정을 풀자"는 국회의원 주장에 "그 돈은 누가 갚냐"고 반박했다. 정치권의 '돈 풀기' 주장을 재정 당국인 기재부가 막아서는 모습이다.

홍 부총리는 18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농어민 가구 전체에게 100만원씩 지급하는 방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김태흠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코로나19로 피해 입은 계층은 지원해야 하지만 농어민이라고 모두 지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홍 부총리는 "화훼농가, 농촌 관광 일자리 등 피해 지원이 필요한 분야는 정부가 지원해왔고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에도 이미 반영돼 있다"고 했다. 홍 부총리에 따르면 이달초 발표한 2021년 추경안엔 화훼농가 2만명에게 약 40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이 담겨 있다. 농업 긴급 인력부족 문제에 대해선 4000명에 대한 약 405억원 지원 예산이 배정돼 있다. 1조9000억원 규모 농어가 지원 정책자금 금리 인하 및 원금 상환유예 대책도 실시한다.

홍 부총리는 “소상공인도 매출이 늘어난 분들은 지원 대상이 아니다"라며 "작년 호당 농가소득이 전년보다 조금 늘었다는 통계가 나온 부분도 감안했다"고 했다.

앞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17일 농·어·임업인 가구당 1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 등을 포함해 추경 예산을 1조6297억원 증액하는 안을 의결했다. 하지만 홍 부총리가 반대 뜻을 명확히 하면서 증액안이 최종 통과되기까지 당·정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안일환 2차관은 "100조원 재정 추가 지출" 주장에 난색을 표시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이날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국민 1인당 40만원씩 분기별로 지급하면 80조원, 소상공인 자영업자 손실보상에 20조원을 쓰면 100조원을 쓸 수 있다"며 "재정을 조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황에서 기재부가 소극적 태도를 취하면서 재정 지출을 제약하지 말아달라"고 주장했다.

안 차관은 이에 대해 "돈을 쓸 때 100조원은 여러 가지 유용한 점이 있겠으나 100조원을 갚으려고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누가 어떻게 갚을거냐"고 반문했다. 이어 "비용 부담을 생각하지 않고 너무 쉽게 국가부채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은 다시 토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 차관은 "과거에 우리가 재정을 잘 관리해서 위기 때 쓸 수 있을 만큼 건전성이 축적됐지만 최근 위기가 길어지며 재정적자 증가 속도가 굉장히 빨라졌다"면서 "이게 가져올 리스크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채금리가 오르면서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와 국가신인도도 생각해야 한다면서 "100조원 적자를 쉽게 낼 수 있는 것처럼 말씀하시면 후세대에 굉장한 부담을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투기 사태 관련 홍 부총리는 부동산분석원의 조속한 설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부동산분석원은 시장을 모니터링하고 교란행위를 추적하며 정보 분석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이라면서 "부동산분석원이 하루속히 설치돼야 하는데 늦어지면서 통제 장치에도 소홀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불법 투기에 대해선 부당 이득을 최대한 환수겠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차명 투기 또는 친인척이라도 불법 부당하게 비공개 정보를 활용했을 경우 엄정한 법률적 처벌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