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19로 병원을 찾은 사람이 줄었는데도 실손의료보험이 3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16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작년 손보사 전체의 실손보험 발생손해액이 10조1017억원, 위험보험료는 7조7709억원으로 나타났다. 발생손해액이란 보험사들이 보험금으로 지출한 돈이며, 위험보험료는 보험 가입자에게 받은 전체 보험료 가운데 인건비 등 사업운영비를 떼고 순수하게 보험금 지급에만 쓸 수 있는 자금이다. 발생손해액에서 위험보험료를 뺀 손보사의 손실액은 2조3608억원이다. 여기에 전체 실손보험 시장의 18%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생명보험사들의 손실액을 더하면 보험업계 전체 손실액은 3조원에 달한다는 게 업계의 추정이다.

손보업계만 놓고 봤을 때 위험보험료 대비 발생손해액의 비율은 130.5%로 ‘최악’을 기록한 2019년(134.6%)에 이어 2년 연속으로 130%를 넘겼다. 사업운영비 몫까지 포함한 전체 보험료를 기준으로 한 손해율이 위험손해율보다 통상 21∼22% 낮은 점을 고려하면 보험사가 계약자로부터 보험료 1만원을 받아 보험금과 사업운영비로 1만1000원가량을 지출했다는 의미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전체적인 의료 이용량이 감소해 손해율 개선을 기대했으나 결과적으로 그 영향이 크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일부 질환 보험금은 비정상적인 증가세를 나타냈다. 백내장에 지급된 보험금만 4101억원으로 2017년(881억원)보다 네 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피부질환 보험금은 127% 늘어난 1287억원이 지급됐다. 보험금 지급액 가운데 41%를 차지하는 근골격계질환은 도수치료 등을 중심으로 3년 만에 50.5%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손실을 버티지 못한 소형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할 정도로 사업성이 매우 나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