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완성차업체인 폭스바겐이 자체 배터리 비중을 2030년 80%로 높이겠다고 1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한국 배터리기업의 글로벌 입지가 흔들릴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외르크 타이히만 폭스바겐 최고구매책임자(CPO)가 배터리 성능을 끌어올릴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세계 자동차 판매 1위 폭스바겐이 ‘배터리 독립’을 선언했다. 한국 중국 일본에 편중된 지금의 배터리 공급망에 의존해서는 급팽창하는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테슬라에 이어 폭스바겐까지 배터리 자체생산 확대를 선언함에 따라 ‘K배터리’ 위상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와중에 LG와 SK는 배터리 기술 분쟁 해결은커녕 전선을 날로 확대하며 갈등을 키우고 있다. 폭스바겐, K배터리 의존도 줄인다폭스바겐이 15일(현지시간) ‘파워 데이’란 행사에서 공개한 배터리 로드맵은 크게 세 가지다. 차종과 모델별로 각각 다른 배터리 유형을 ‘각형’으로 통일하고, 스웨덴 등 유럽에 6개 배터리 공장을 지어 전기차 300만 대에 탑재할 수 있는 연 240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또 배터리 제조단가를 10년 내 최대 50%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모두가 한국 배터리 기업엔 부정적 영향을 주는 내용이란 평가다.폭스바겐은 우선 각형의 ‘통합형 셀(Unified Cell)’을 개발해 2030년까지 자사 전기차의 80%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각형은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강점을 보이는 분야다. 세계 1위 중국 CATL과 BYD가 각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생산한다. 한국 업체들의 주력은 파우치형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폭스바겐으로부터 수주한 배터리도 모두 파우치형이다. 삼성SDI가 각형 배터리를 일부 생산하지만 폭스바겐 수주 물량은 미미하다.폭스바겐이 짓겠다는 배터리 공장도 K배터리엔 위협이다. 폭스바겐의 첫 번째 공장은 스웨덴 배터리 기업 노스볼트와의 합작을 통해 2023년 가동된다. 노스볼트는 전날 140억달러(약 16조원)어치 배터리 수주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은 중국에선 배터리 기업 궈쉬안, 미국 전고체 배터리 업체 퀀텀스페이스 등에 지분을 투자했다. 나머지 5개 배터리 공장도 이들 기업과 합작해 건설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폭스바겐이 배터리 가격을 최대 50% 낮추겠다고 밝힌 것도 악재다. 지금은 배터리 수요에 비해 공급이 크게 부족해 높은 가격에 구매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어떻게든 단가를 후려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폭스바겐 발표에 국내 배터리 기업 투자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모기업 LG화학(-7.76%), SK이노베이션(-5.69%), 삼성SDI(-0.87%) 등 ‘배터리 3사’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끝 안 보이는 LG·SK 배터리 분쟁폭스바겐에 앞서 테슬라도 작년 9월 배터리 독립을 선언했다. 2022년까지 배터리 공장을 짓고 2023년 ‘반값 전기차’를 내놓겠다고 공언했다.완성차 업체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배터리 기업과의 힘겨루기에서 중장기적으로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자동차 배터리는 현재 ‘공급자 우위’ 시장이다.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간다.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에 단기적인 사활이 걸려 있다.세계적 배터리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기술 분쟁도 영향을 미쳤다. 두 회사 간 싸움으로 폭스바겐은 실질적 타격을 입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SK 배터리에 대해 ‘미국 내 10년 수입금지’ 조치를 내리자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한 폭스바겐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수입금지 조치를 보류해 달라”고 미국 행정부에 요구했을 정도다.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독립이 속도를 내고 있는 와중에 배터리 분쟁은 더 격화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사실관계를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최근 5조원대 미국 투자 계획 발표와 조지아주 SK 공장 인수 가능성 언급 등을 들며 “분쟁의 목적이 SK를 미국에서 축출하고 LG의 독점적 지위를 구축하는 데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시장 성장에 발맞춘 정당한 투자계획을 폄하하고 본질에서 벗어난 주장을 되풀이한다”고 반박했다.안재광/최만수 기자 ahnjk@hankyung.com
"각형 비중 적은 국내 업체에 충격 불가피"독일 폴크스바겐그룹이 중장기 전기차 배터리 전략을 변경한다는 발표에 16일 국내 배터리 3사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배터리 대장주' LG화학은 전 거래일보다 7.76% 하락한 89만1천원에 거래를 마쳤다.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천616억원, 1천279억원을 순매도했다.LG화학은 이날 유가증권시장 외국인과 기관 순매도 금액에서 모두 1위였다.SK이노베이션은 5.69% 하락한 21만5천500원, 삼성SDI는 0.87% 내린 68만원에 각각 마감했다.폴크스바겐그룹은 15일(현지시간) 배터리데이에서 2023년부터 각기둥 모양의 새로운 배터리셀을 도입해 2030년까지 모든 전기차의 80%에 설치하겠다고 밝혔다.아울러 유럽 내에 2030년까지 배터리공장 6곳을 만들어 배터리셀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증권가에서는 세계 전기차 2위 판매사인 폴크스바겐의 배터리 전략 변경이 파우치형 배터리 중심의 국내 배터리 업계에는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폴크스바겐의 배터리 중장기 전략 변화가 국내 배터리 업체에 미칠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특히 각형 배터리 진영인 삼성SDI를 제외하고 파우치형 배터리를 생산하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에는 더욱 당황스러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이어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폴크스바겐 외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백영찬 KB증권 연구원도 "규격화된 각형 전지 비중 확대 및 배터리공장 내재화를 통한 원가 절감은 한국 배터리 기업에는 부정적"이라며 "한국 배터리 기업은 각형 비중이 작아 단기적으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다만 "아직은 준비할 시간이 있어 지나친 우려는 경계해야 한다"며 "배터리 내재화 비율이 예상보다 낮을 수 있고 규격화된 각형 전지가 장기적인 전기차 배터리 표준이 아닐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연합뉴스
글로벌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의 갑작스러운 선언에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폭스바겐이 자사 전기차에 '각형' 배터리 탑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어 타격이 불가피하다.증권업계에서는 폭스바겐의 중장기 전략 변화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주가 약세가 불가피하지만 중기적으로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전날 진행한 '파워 데이' 행사에서 2030년까지 생산하는 모든 전기차 중 80%에 각기둥 모양(prismatic)의 전고체 배터리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전기차용 배터리는 형태에 따라 원통형과 파우치형, 각형으로 나뉜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파우치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삼고, 중국 CATL과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 일본 파나소닉은 원통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업계 안팎에선 폭스바겐 결정 배경에 대해 매출의 40%가 넘는 중국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CATL과 자사가 지분 투자한 노스볼트가 각형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다만 CATL은 아직 품질 경쟁력 측면에서 한국 배터리보다 다소 낮고 노스볼트는 품질 및 원가 모두 열위에 있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폭스바겐의 이번 결정은 파우치 셀을 납품해온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에게는 당황스러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매출 중 폭스바겐 비중은 10~20% 수준으로 추정되며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이후 납품 예정이었던 상황이었다.특히 SK이노베이션은 파우치형 배터리 제품만을 만들고 있는데다, 미국 사업에서 폭스바겐에 대한 의존도도 높아 파장이 더 클 것이라는 관측이다.다만 증시 전문가들은 노스볼트 및 폭스바겐 자체 배터리 생산 공장의 양산수율이 예정 기간 내에 안정화 단계에 진입할 지에 대해서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적 관점에서 노스볼트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나 2차전지 양산능력 확인 전까지 한국 업체들의 경쟁 업체로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폭스바겐의 전략 변화가 다른 자동차 업체들로 확산될 경우 보다 구조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겠지만 배터리 셀의 핵심은 케이스가 아니라 화학 물질을 어떻게 바꾸느냐"라며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위 배터리 업체들의 먹거리는 충분하다"고 말했다.한편 폭스바겐발 소식이 전해진 이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38분 현재 LG화학은 전날보다 7.45% 급락한 89만4000원에 거래 중이다. SK이노베이션 또한 5.69% 하락한 21만5500원을 기록하고 있다.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결국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폭스바겐 외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의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대책 수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