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킹닷컴·아고다 등 5개 호텔예약 플랫폼 회사가 국내 호텔과 맺은 계약서에 최저가 예약을 강요하는 조항을 뒀다가 공정거래위원회 지적을 받고 이를 고치기로 했다. 이 조항 탓에 그동안 플랫폼마다 천편일률적이었던 호텔 숙박료가 앞으로 차별화될 것으로 공정위는 기대하고 있다.

공정위는 15일 인터파크, 호텔스닷컴, 부킹닷컴, 아고다, 익스피디아 등 5개 호텔예약 플랫폼이 국내 호텔과 맺은 계약조항을 심사해 가장 낮은 가격으로 예약을 요구하는 ‘최혜국대우 조항’을 시정토록 했다. 공정위는 2019년 12월 서울과 제주에 있는 호텔 16곳을 조사해 예약 플랫폼 사업자와 맺은 계약서를 점검, 이들 5개 플랫폼이 최혜국대우 조항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최혜국대우는 ‘객실을 다른 플랫폼에 더 싸게 내놓지 말라’고 명시한 계약서 문구를 일컫는 용어다. 여러 호텔예약 플랫폼이 동시에 이 조항을 넣어 호텔과 계약을 체결하다 보니 모든 플랫폼이 제시하는 숙박상품 가격이 동일해지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호텔들이 특정 플랫폼에만 가격을 더 낮추는 판촉 전략을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이번 조치로 인터파크는 최혜국대우 관련 조항을 계약서에서 모두 삭제했다. 호텔스닷컴, 부킹닷컴, 아고다, 익스피디아는 다른 플랫폼에 더 유리한 조건으로 객실을 제공하지 말라는 조항을 없애고, ‘호텔 자체 웹사이트에서는 더 유리한 조건으로 객실을 제공하지 말라’는 조항을 넣었다. 이는 플랫폼을 통해 검색한 뒤 예약은 호텔 웹사이트에서 하는 무임승차 문제를 막기 위해서다. 대신 호텔이 웹사이트가 아니라 전화, 방문, 이메일 안내 등을 통해 판매하는 경우에는 예약 플랫폼보다 더 싼 가격에 숙박상품을 팔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인터파크는 작년 3월, 부킹닷컴과 아고다는 작년 12월에 계약조항을 바꿨다. 호텔스닷컴과 익스피디아는 90일 안에 수정할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호텔 등 숙박업체가 객실요금과 조건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게 됐다”며 “시장경쟁이 활성화돼 소비자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