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강세를 이어가면서 암호화폐(가상화폐) 채굴기를 해외에서 들여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 비트코인은 거래소에서 구매할 수도 있지만 컴퓨터로 복잡한 연산을 수행한 대가로 지급받을 수도 있다. 광산에서 귀금속을 캐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채굴이라 부른다. 이 과정에서 고성능 그래픽카드가 쓰이고, 상당한 양의 전기가 소모된다.

14일 인천본부세관에 따르면 암호화폐 가격이 약세를 보인 2019년에는 채굴기 국내 반입이 딱 1대뿐이었다. 비트코인값이 상승세를 탄 지난해 가을부터 특송화물로 국내에 들어오는 채굴기가 다시 늘었다. 지난해 10월 9대, 11월 11대, 12월 4대에 이어 올 1월에는 17대로 집계됐다. 넉 달 새 41대가 반입된 것이다.

채굴기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 중국 기업들이 웃는다. 중국의 비트케인, 카난, 이방은 세계 암호화폐 채굴기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한 3대 업체로 꼽힌다. 외신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폭증하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다. 카난은 북미 지역에서만 10만 대의 주문을 받았고 일부 계약금액은 2억달러에 이른다. 전문 채굴업자도 중국 곳곳에서 활동하며 암호화폐를 쓸어담고 있다. 네이멍구자치구를 비롯한 서북 변방 지역은 전기요금이 싸고 기후가 서늘해 채굴기업이 많이 몰려 있다. 중국은 2017년 9월 암호화폐 발행과 거래를 전면 금지했지만 채굴업까지 막진 않았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비트코인은 인류에게 알려진 그 어느 방법보다 전기를 많이 소모한다”며 “기후 변화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비트코인 거래는 비자카드를 한 번 긁는 것보다 75만 배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는 게 게이츠의 설명이다.

암호화폐 채굴 열풍으로 그래픽카드값이 치솟으면서 PC 시장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이더리움 채굴에 효율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엔비디아의 RTX30 등은 가격이 폭등한 것은 둘째치고 구하기조차 어렵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