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은행권을 압박해온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에 대해서도 대출 관리를 주문하고 나섰다. 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 강화 가능성을 거론하면서다. 정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개인별로 적용하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이달 발표할 때 은행뿐만 아니라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도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권대영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은 저축은행중앙회 주최로 열린 서민금융포럼에 참석해 “지난해 금융권 전체 대출이 11% 늘었는데 저축은행은 20% 이상 증가했다”며 “금융권 가운데 저축은행의 대출 증가세가 가장 가파르다는 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권 국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소상공인에 대한 자금 공급을 충분히 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저축은행은) 가계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다”며 “과도한 부분은 되돌아보고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권에서 늘어난 가계대출은 5조5000억원으로 2018년(2조3000억원)과 2019년(2조4000억원)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저축은행을 통한 가계대출 총액이 2019년 말 26조원에서 지난해 말 31조원으로 늘어난 이유다. 저축은행의 가계대출은 올 들어 2월까지도 1조2000억원 증가했다. 권 국장은 “저축은행의 건전성에 당장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충당금 적립 등의) 자산건전성 규제를 한 단계 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날 상호저축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개별차주 신용공여 한도를 20% 늘려주겠다면서도 가계대출은 예외로 했다. 현재 저축은행은 자기자본 20% 한도 안에서 개인 8억원, 개인사업자 50억원, 법인 100억원까지만 대출할 수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산 1조원 이상 저축은행의 대출한도가 개인사업자 60억원, 법인 120억원으로 늘어나지만 개인은 8억원이 유지된다.

금융당국에서는 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에 대해서도 자산건전성을 더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경기가 위축되면서 금융회사들 가운데 상호금융이 가장 취약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달 DSR 규제 강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금융권 전체 대출의 1년 원리금이 연소득의 일정 비율을 개인 단위로 넘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지금은 금융회사별 평균을 은행권 40%, 저축은행을 포함한 2금융권 60%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 금융소비자는 DSR이 70%를 넘기도 한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