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의 상징물인 황소상. 사진=EPA
뉴욕증권거래소의 상징물인 황소상. 사진=EPA
쿠팡이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 중 하나로 '차등의결권'이 꼽히고 있는 가운데 차등의결권 도입 기업들의 경영 성과가 도입하지 않은 기업들보다 뛰어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배당 등 주주 환원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차등의결권은 경영권 방어 등을 위해 특정 주식에 일반 주식보다 많은 의결권을 주는 제도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같은 내용의 차등의결권 도입기업과 미도입기업의 경영성과 분석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 도쿄증권거래소, 상하이증권거래소, 홍콩증권거래소 등 5대 증권시장의 차등의결권 허용 여부, 차등의결권 도입기업과 미도입기업의 경영성과 등을 분석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5대 증권시장은 모두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기업의 상장을 허용하고 있다. 적대적 M&A(인수합병) 대응과 자국 기업의 자국 증권시장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예컨대 구글과 페이스북, 바이두, 알리바바 등이 차등의결권을 도입해 나스닥이나 뉴욕거래소에 상장했다. 홍콩과 상하이증권거래소도 중국 기업들이 잇따라 미국에 상장하자 각각 2018년과 2019년 차등의결권 도입기업의 상장을 허용했다.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기업의 경영 성과는 성장성·수익성·안정성 측면에서 미도입 기업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이 글로벌 시가총액 100대 기업의 2014년 대비 2019년 실적을 분석한 결과 차등의결권 도입기업(16곳)의 총매출과 고용은 각각 54.4%, 32.3% 늘었다. 미도입기업(84곳)의 증가율(총매출 13.3%, 고용 14.9%)보다 높았다. 도입기업들의 자본은 같은 기간 75.6% 증가했지만 미도입기업은 21.4% 늘었다.
전경련 "차등의결권 도입기업 경영성과 뛰어나"
차등의결권 도입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와 설비 투자는 각각 190.8%, 74.0% 증가했다. 미도입 기업의 R&D 투자 증가율은 49.1%, 설비투자는 0.7% 감소했다.

차등의결권 도입기업들은 배당금 규모나 희석주당이익도 상대적으로 크게 늘었다. 배당 성향은 도입기업이 14.9% 증가했지만 미도입기업은 6.3% 감소했다. 희석주당이익 증가율도 도입기업이 100.1%, 미도입기업이 52.1%로 격차가 컸다.

전경련은 한국이 차등의결권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 국내 우수 기업들이 해외 거래소 상장을 택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도 상장하지 않은 벤처기업만을 대상으로 하고 상장 후에는 3년 이내에만 차등의결권이 유효하기 때문에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차등의결권제를 전면 허용해 개별기업의 경영권을 보호하고 자본시장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