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옥죄는 규제 봇물
공정위가 총수 지정해 낙담
타다금지법 국회 통과도 충격

플랫폼 사업자에 연대책임 묻고
검색 알고리즘 공개 요구도 부담
"한국서 신사업 신중하자" 결심
국내 최대 온라인기업 네이버에서 국내 사업 확장을 놓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직원들이 국내 신사업 아이디어를 내면 지도부가 막거나 속도 조절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창업자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국내 사업 확장에 신중론을 나타내고 있어서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해진 "돈 안 벌어도 되니, 사회갈등 유발하는 사업 피하자"

국내 사업 확장 꺼리는 네이버
이 GIO는 2017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총수 지정을 받으면서 국내 사업 확장에 회의론을 품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자산 5조원이 넘는 기업엔 총수(동일인)를 지정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여기에 근거해 2017년 이 GIO를 총수로 지정하겠다고 예고했다. 네이버는 이 GIO의 지분율이 4%대에 불과하며 신생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과거 대기업 총수와 똑같이 분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무위에 그쳤다. 이 GIO는 동일인으로 지정되면서 친족과 관계인 회사까지 모두 공시 대상에 포함됐다. 이 탓에 이 GIO는 네이버문화재단 소속 임원이 보유한 회사를 공시에서 누락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검찰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빌&멀린다 게이츠재단처럼 미래 세대를 위해 좋은 일을 하려고 세운 게 네이버문화재단”이라며 “단순한 실수로 주변 사람이 고초를 겪자 이 GIO가 크게 상심했다”고 전했다.

이 GIO는 특히 지난해 4월 ‘타다금지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이후 국내 사업 확대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 각종 회의에선 타다금지법이 네이버가 신경 써야 할 나쁜 선례의 첫 번째로 꼽히고 있다. 이 GIO는 “국내에서 돈 안 벌어도 좋으니 반대가 심하고 글로벌에서 통하는 사업이 아니면 전면 재검토하라”고 고위 임원들에게 당부하고 있다.

이 GIO 스스로는 일본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에선 소상공인 지원, 농민 돕기 등에 중점을 두라고 강조하고 있다.
늘어만 나는 규제
최근 들어 정부와 정치권은 네이버 같은 빅테크 기업에 갖은 규제를 덧씌우고 있다. 대표적인 게 지난 8일 입법예고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다. 네이버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입점 업체와 소비자 간 분쟁이 발생했을 때 플랫폼 사업자가 연대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공정위가 추진 중인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도 빅테크 기업엔 큰 부담이다. 무엇보다 검색 알고리즘을 일부 공개하도록 한 내용을 두고 업계 반발이 크다. 네이버는 “알고리즘 공개는 맛집에 레시피를 공개하라는 것과 같다”며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공정위는 “검색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 무엇인지 입점 업체에 알리는 게 당연하다”고 압박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뿐만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 전담팀을 확대하고, ‘앱마켓분과’를 신설하는 등 플랫폼 사업자 규제 조직도 더 강화하고 있다.

헬스케어는 외부 반발과 규제 탓에 네이버가 사업을 한 발짝도 떼지 못하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로 꼽힌다. 최근 로봇수술 세계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는 나군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를 네이버 헬스케어연구소장으로 발탁했지만, 아직 본격적인 신규 사업을 시작하지 못했다. 네이버는 원격의료가 사실상 금지된 한국 대신 규제가 적은 일본을 택했다.

공정위를 중심으로 한 국내 플랫폼 규제 강화는 국내 기업이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와 경쟁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글이 전 세계 검색엔진시장 90%를 장악한 가운데 한국은 자국 플랫폼이 강세를 보이는 몇 안 남은 국가다.

국내 플랫폼이 겪는 역차별의 대표적인 사례로 개인정보보호법이 거론된다.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에 따라 소비자 개인정보를 필수·선택 항목으로 구분해 수집하고 있다. 반면 구글, 페이스북 등은 국내 규정을 아랑곳하지 않고 개인정보를 ‘원클릭’으로 포괄 수집하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국내 플랫폼업계에선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사업자에 언제든지 영토를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고 전했다.

이지훈/구민기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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