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기업의 비결
스마트폰 부품사 비에이치, 전기車 타고 달린다

국내 최대 FPCB 생산 업체
글로벌 1·2위 스마트폰사에 공급

1년 공들인 OLED용 제품
현대차 '아이오닉5'에 장착

5G용 중계기 부품 양산 앞둬
"내년 매출 1조 클럽 목표"
이경환 비에이치 회장이 연성회로기판(FPCB) 제조 공정 중 하나인 도금 장비 앞에 서 있다.

이경환 비에이치 회장이 연성회로기판(FPCB) 제조 공정 중 하나인 도금 장비 앞에 서 있다.

연성회로기판(FPCB)은 집적회로, 저항기 등이 전기적으로 연결돼 있는 얇고 유연한 기판이다. 전자제품이 얇고 가볍고 작아지는 추세에 따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4년엔 올해 대비 25% 커진 20조원 규모로 예상된다.

인천에 본사를 둔 비에이치는 이 분야 국내 1위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7213억원, 영업이익 340억원을 기록했다. 이경환 회장이 1999년 회사를 창업한 지 21년 만의 성과다. 이 회장은 “스마트폰에 이어 전기차와 5세대(5G) 이동통신이 올해 본격적인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한다”며 “내년엔 매출 1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전장 시장 공략 본격화
역대급 사전계약 기록을 세운 현대자동차의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에는 사이드미러가 없다. 대신 얇은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운전자는 실내에 설치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통해 사각지대 없이 후측방 교통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디스플레이는 비에이치가 1년 넘게 공들여 개발한 것으로 아이오닉5에 처음 적용된다. 독일 자동차 브랜드 아우디에는 뒷좌석에 각종 정보 등을 표시하는 디스플레이를 공급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인정받은 이 회사의 OLED 디스플레이용 FPCB 기술력이 자연스럽게 자동차 전자장치(전장) 시장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회장은 “전기차, 내연기관 자동차 할 것 없이 OLED 디스플레이가 확산되면서 비에이치 제품을 적용하는 완성차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늘고 있다”고 했다.

전기차용 배터리셀을 연결하는 케이블도 이 회사의 새 먹거리다. 기존 전기차에는 ‘와이어링 하네스’로 불리는 전선 뭉치가 배터리셀을 한데 묶는 역할을 했다. 비에이치가 FPCB로 제작한 대체 케이블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면서 전기차 경량화에 힘을 보탰다는 평가다. 이 배터리셀 연결 케이블은 아우디와 볼보에 채택되기 시작했다. 하반기로 갈수록 수량은 물론 고객사도 함께 늘어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회장은 “전기차 시장이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만큼 OLED 디스플레이와 배터리셀 케이블 등 새 먹거리도 빠르게 커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스마트폰 5G 기술력 선도
이경환 비에이치 회장이 연성회로기판(FPCB) 제조 공정 중 하나인 도금 장비 앞에 서 있다.

이경환 비에이치 회장이 연성회로기판(FPCB) 제조 공정 중 하나인 도금 장비 앞에 서 있다.

비에이치의 FPCB는 일찍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채택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2017년에는 삼성과 경쟁하는 미국 스마트폰 업체에도 공급을 시작하면서 스마트폰 FPCB 시장의 정상 자리를 꿰찼다.

현재 스마트폰의 주류인 5G 분야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세계 최대 세라믹 콘덴서 제조업체인 일본 무라타가 독점하던 5G 안테나 소재를 폴리이미드로 국산화한 이 회사 부품이 삼성 스마트폰에 적용되고 있다. 이 안테나 부품은 비에이치가 FPCB를 생산하고 자회사 디케이티가 모듈을 만드는 식으로 협력하고 있다. 지난해 약 3억 대였던 5G 스마트폰 판매 대수는 올해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반기에는 스마트폰과 기지국을 연결하는 5G용 중계기 부품도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올해는 미국 스마트폰 업체에 공급하는 FPCB 물량도 전년보다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해당 기업 스마트폰 디스플레이가 모두 OLED로 바뀌면서 비에이치 몫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올해 업황을 묻는 질문에 이 회장이 “매우 좋다”고 답한 이유다.

비에이치는 올해 매출 약 9000억원에 영업이익률 7%가량을 거둘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앞으로는 5G 통신과 배터리, 자동차 전장이 회사를 먹여 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천=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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